“소비자 편의 증대 차원” vs “개인정보 유출 우려"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 입법 공청회<사진=김병욱 의원 유튜브 캡쳐>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 입법 공청회<사진=김병욱 의원 유튜브 캡쳐>

[현대경제신문 임대현 기자] 12년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이번에는 실현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험업계와 소비자단체는 소비자 편익 증대 차원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입법 필요성을 강조한 반면, 의료계는 여전히 개인정보 유출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성일종·전재수·윤창현 의원은 공동으로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 입법 공청회'를 개최했다. 현재 국회 정무위에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 등 5건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보험 계약자가 요청하면 의료기관이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 전송에 응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12월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됐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추후 재논의하기로 했다.

발제자로 나선 나종연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2018년 보험소비자 설문조사 결과 실손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소비자가 청구하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고 절차가 복잡했다면 구조적인 문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소비자는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포기하고 있다"며 "청구 전산화를 통해 보험금을 손쉽게 청구할 수 있는 방법이 보편화되고 소비자의 시간, 노력 비용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 발표에 나선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는 “실손보험 계약 관계의 이행 주체는 보험사인데, 의료기관이 서류 전송의 주체가 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계약자 불편을 개선하는 것은 보험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반박했다.

주제 발표 이후 이뤄진 패널토론 역시 찬성과 반대 입장이 대립했다. 박기준 손해보험협회 장기보험부장은 "소비자인 실손보험 가입자 측면에서 보면 지금처럼 보험청구절차가 불편한 것은 소비자가 갖고 있는 정당한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고 상당히 마음이 무겁다"며 "보험사 입장에서는 막대한 종이서류를 분류하고 보험금 지급을 검토하고 있어 보험사들의 고통도 심하다. 모든 의료기관과 보험사들이 참여하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보험업계의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영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의료계는 보험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반발하지만 의료법에서 의료기록을 제3자에게 전자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으며 신용정보법에서도 신용정보 주체의 요청이 있으면 금융기관 등 제3자에게 전송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환자가 의료기록 보유자 지위를 갖기 때문에 환자의 편익을 위해 협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대 입장을 펼친 지규열 대한의사협회 보험자문위원은 "의료기관의 자료 전송을 의무화하고 위탁기관으로 심평원을 활용할 경우 비급여 진료내역 등에 대한 자료 확보를 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정부가 비급여 통제를 강화할 수 있고, 실손보험금 지급액도 절감해 전체 의료비 절감이라는 목적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심평원을 통해 민간보험 자료가 축적이 되면 심평원이 공공보험, 민간보험까지 모든 자료를 쥐게 되고 한 기관으로 집적이 이뤄진다"고 우려했다.

김준현 건강정책참여연구소 대표는 "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관련 법안 개정은 궁극적으로 공보험 전산망을 활용한 민간보험 가입자의 정보 집적 및 이를 활용한 상품개발, 관리운영비 절감 목적에 방점을 둔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은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아직도 매년 4억 장의 증빙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가족, 어르신들이 병원 대기실에서 직원과 대면하고 서류를 손수 보험사에 보내고 있다”며 “더 이상 미루는 건 국민에게 송구스럽고 디지털 혁신의 선두에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는 5~6월 임시 국회에서 간사 협의를 통해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관련 법안을 정식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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