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30번 이내에 홈쇼핑 10개만”
홈쇼핑 송출수수료 증가 우려 쏟아져
“지금도 경쟁 치열한데 규정 만들어”
과기부 “30번 이후 수수료는 내려가”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정부가 8VSB 케이블TV의 홈쇼핑 채널 수를 제한했다. 방송의 공익성 강화 목적이다.

홈쇼핑업체들은 송출수수료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했지만 정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는 입장을 보였다.

5일 홈쇼핑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주 케이블TV업체에게 ‘유료방송사의 8VSB 방식의 홈쇼핑 채널 구성·운용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30번 이내의 채널에 홈쇼핑방송 수를 10개 미만으로 제한한다는 내용이었다.

8VSB 방식의 케이블TV는 TV 시청만 가능한 아날로그 케이블TV와 TV 시청은 물론 정보 검색과 상품 주문 등이 가능한 디지털 케이블TV의 중간 단계다.

방송 화면에는 정보 검색과 상품 주문이 TV로 가능한 것처럼 나오지만 실제로는 시청만 가능한 게 8VSB 방식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8VSB 방식을 도입하며 시청자 보호를 위해 시행했던 제도가 2018년 4월 종료됐다”며 “현재는 대체 규제가 없어 기존 제도를 보완·개선해 이번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홈쇼핑업체들은 이 가이드라인으로 송출수수료 부담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업체들이 유료방송사업자들에게 내는 일종의 임대료다.

홈쇼핑사들은 매년 케이블TV·위성·IPTV사업자 등 유료방송사업자들과 협상을 벌여 방송채널을 할당받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지급한다. 수수료가 높을수록 주요 채널번호를 할당받는 식이다.

이 송출수수료는 매년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송출수수료는 지난 2012년만 해도 8천702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난 2019년에는 1조8천억원을 돌파하며 두배를 넘어섰다.

이에 홈쇼핑업체들의 송출수수료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 2010년에는 방송매출 대비 송출수수료 비율이 22.6%에 불과했지만 2014년 30%를 넘더니 2019년에는 49.6%로 절반에 육박했다.

홈쇼핑 A사 관계자는 “지금도 좋은 채널에 들어가기 위해 송출수수료로 매년 수천억원을 쓰고 있는데 정부가 규정까지 만들어 버리면 송출수수료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욱이 실시간홈쇼핑사들에 비해 자금력이 부족한 데이터홈쇼핑(T커머스)업체들은 좋은 번호를 받기가 사실상 힘들어졌다”고 강조했다.

홈쇼핑 B사 관계자는 “정부는 급격하게 늘어난 송추수수료를 줄이기 위해 약 2년 전부터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왔다”며 “이번 가이드라인은 이러한 정책 기조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가이드라인이 송출수수료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홈쇼핑 C사 관계자는 “8VSB 고객들이 전체 유료방송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낮고 8VSB 상품은 상대적으로 저가형이고 고령층이 많이 쓴다”며 “결국 8VSB 고객들은 구매력이 떨어져 송출수수료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국내 8VSB 가입 고객은 590만명 수준으로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3천377만명)의 17% 가량이다.

과기정통부도 송출수수료가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의 기본 원리를 감안하면 30번 이후 번호에 들어가는 홈쇼핑사들이 내는 송출수수료는 지금보다 낮아질 것”이라며 “송출수수료가 늘어날 것으로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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