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절세 노리는 고객 증가
증권업계 최초 수수료 0% 등장

[현대경제신문 이승용 기자]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국내증시에 유입됐던 동학개미들이 퇴직연금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예금 이자가 물가상승률을 밑돌면서 수익이 높은 투자처로 자금을 대거 옮기는 모습이다. 증권사들도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잇달아 출시하면서 증권사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편집자주]

100조 퇴직연금시대

<자료=금융투자협회>
<자료=금융투자협회>

증권사 퇴직연금 상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DC(확정기여)형과 IRP(개인형 퇴직연금)의 경우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 돌파한데이어 수익률도 증가하고 있어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DC형과 IRP형이 사상 처음 100조원을 돌파했다.

퇴직연금은 금융사가 연금을 운용하는 확정급여(DB)형, 가입자가 직접 운용 지시를 하는 DC형, IRP형으로 나눌 수 있다. DC형과 IRP를 합친 금액은 2016년 47조4천억원에서 2018년 68조9천억원, 2020년 101조6천억원으로 증가하면서 퇴직연금 투자 시대를 알리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8개 증권사들의 DC형 퇴직연금 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11.3%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6.4%)대비 4.9%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8개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9조7천67억원에서 10조4천421억원으로 7.6%(7천354억원) 늘어났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이 올 1분기 4조8천889억원의 적립금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조4천661억원 대비 41%(1조4천228억원)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평균 수익률은 -2.1%에서 13.8%로 상승 전환했다.

삼성증권도 같은 기간 1조1천910억원에서 1조6천512억원으로 38.6%(4천602억원) 늘어났다. 수익률도 -3.0%에서 13.4%로 급상승했다. 이어 한국투자증권(1조7천12억원, 13.1%), 신한금융투자(8천821억원, 11.5%), NH투자증권(7천149억원, 11.2%), KB증권(4천866억원, 10.2%), 유안타증권(686억원, 10.7%), 하이투자증권(285억원, 6.7%) 등이 뒤를 이었다.

IRP 규모가 증가하면서 증권사의 IRP 수익률도 크게 올랐다. IRP의 경우 DB형·DC형보다 자유롭게 퇴직연금을 운용할 수 있다. 근로자가 재직 중 직접 금융사를 통해 계좌를 개설하고 운용해 퇴직할 때 받은 퇴직급여를 계속 적립하거나 운용할 수 있다.

또한 회사를 이직하더라도 개인형 IRP를 통해 퇴직급여를 적립하거나 일시금으로 받을 수 있다. 연간 1천80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고 최대 7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이에 IRP 규모는 지난해 7조4천89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2019년)대비 47.5% 증가했다. 수익률 역시 6.2%로 전년대비 2%포인트 올랐다.

IRP를 운용 중인 증권사 중 수익률은 신영증권이 27.3%를 기록하면서 가장 높았다. 이어 한국투자증권(7.6%), 미래에셋증권(7.3%), 유안타증권(7.1%), 하나금융투자(6.6%), 한화투자증권(6.5%), 대신증권(6.2%), 삼성증권(6.1%)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대형사 중 가장 수익률이 높은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지난 12일 자사 IRP적립금이 1조원을 돌파했다. 올 들어 지난달 말 기준 2천290억원의 자금이 유입되며 연초대비 30.1%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들 퇴직연금투자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며 “증권업에서 투자자들의 니즈를 공략해 퇴직연금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다”고 말했다.

IRP 계좌 1만개 이동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가 은행과 보험사에서 증권사로 옮겨가고 있다. 높은 수익률과 절세 등의 이유로 올해 1분기에만 1만개이상의 계좌가 이동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1~3월) 퇴직연금 3대장인 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으로 이전된 개인연금과 IRP계좌는 총 1만7천835개였다. 지난해 1분기(5천636건)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들 증권사로 옮겨진 연금 자금의 규모도 5천75억원으로 2019년 1분기(622억원), 지난해 1분기(1천816억원)에 대비 크게 증가했다.

이런 자금 이동의 가장 큰 원인은 ‘수익률’이다. 지난해 업권별 금융사의 IRP 수익률(각 업체 수익률의 단순 평균)은 증권사가 6.2%로 은행(3%)이나 보험사(2.4%)보다 높았다.

연금 투자의 경우 노후 소득 마련이라는 측면에서 안전성이 중요한 요소였지만 이제는 투자자들이 더 공격적인 투자를 위해 자금을 증권사로 옮기고 있다.

증권사를 통해 연금 투자를 할 때 가장 큰 장점은 상품의 다양성이다. 주식 거래 시스템을 갖춘 증권사에서는 상장지수펀드(ETF) 투자가 가능하다.

지난해부터 ETF가 안정적인 수익률을 바탕으로 꾸준히 인기를 끌면서 IRP를 통한 ETF투자도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국내 증권사의 IRP 계좌 중 ETF 투자 비중은 지난 2019년 3% 안팎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10% 이상까지 치솟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IRP는 펀드와 ETF, 리츠 등 실적배당상품에 모두 투자할 수 있는데 금소법 시행 이후 펀드 가입이 까다로워지면서 ETF를 선호하는 성향이 강해졌다. ETF는 별다른 절차 없이 일반 주식 종목처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간단히 매수·매도 등 거래가 가능하다.

IRP를 통한 ETF 투자의 수익률이 비교적 높다는 점에서 퇴직연금의 '머니무브'가 올해 더 가속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 현황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ETF 등 실적배당형의 수익률은 10.67%로 전년보다 4.29%포인트 상승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퇴직연금을 비교적 안정적인 원리금 보장형에 넣어놨지만 저금리 시대에서 수익이 신통치 않자 자신이 직접 운용할 수 있는 IRP에 가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특히 IRP를 통해 비교적 안정적이면서 수익률이 높은 ETF에 투자하는 유형의 투자방식이 앞으로도 큰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IRP 수수료 인하를 하고 있어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사진=각사취합>
증권사들이 IRP 수수료 인하를 하고 있어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사진=각사취합>

수수료 0% 등장…서비스 경쟁 심화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열풍을 계기로 IRP 상품이 급부상하고 있다. 수수료 전액 면제 IRP 상품까지 등장하면서 증권사간 서비스 경쟁이 더울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IRP 상품에 연간 0.1~0.5% 수준의 운용관리 수수료와 자산관리 수수료를 가입자에게 부과하고 있다.

특히 삼성증권은 국내 최초로 IRP에 부과되는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는 '삼성증권 다이렉트IRP'를 출시했다. 단 가입부터 IRP에 담을 종목 선택 등 가입자 스스로 운용해야 한다.

삼성증권의 수수료 전액 면제라는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국내 증권사들의 IRP 수수료 인하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IRP 영업점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투 IRP, TDF(타깃데이트펀드)로 해봄’ 이벤트를 6월 30일까지 진행한다. 가입자가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7개 대상 운용사의 TDF를 매수한 경우 운용사별 합산금액 구간에 따라 최대 3만원 문화상품권을 지급한다.

미래에셋대우는 IRP 최초 신규 가입과 계약이전 고객을 대상으로 올해 ‘1st 연금은 미래다’ 이벤트를 6월 말까지 진행한다. 개인연금과 IRP에 신규 가입하고 이벤트 기간 내 연금펀드(ETF·ETN 포함)를 300만원 이상 순매수하는 고객에게 모바일 스타벅스 쿠폰을 지급하며 온라인을 통해 이전할 경우 추가로 1매 더 지급한다.

신한금융투자도 만기가 도래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개인형퇴직연금(IRP)으로 이전하는 고객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 6월 30일까지 ISA에서 신한금융투자 IRP계좌로 자금을 이전한 고객이 대상이고 금액에 따라 추첨을 통해 '이사축하금'을 지급한다.

유안타증권은 IRP 계좌 수수료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인하하고 신규 및 타사 IRP계좌 이전 고객에게 현금 쿠폰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선 증권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 행보가 초저금리 시대 머니무브 트렌드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고객의 눈높이에 맞는 퇴직연금상품 관련 마케팅으로 적극 대응해 고객유치를 하고 있다”며 “증시 강세로 인해 증권사로 IRP 자금이 유입됐고 거래편의성과 수수료 혜택, 높은 IRP 수익률, 다양한 상품라인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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