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예측·증거금·상장기업수 신기록 경신
야놀자 장외거래서 지난해 대비 508% 폭등
KB·대신증권, IPO 3강 위협…신흥강자 우뚝

[현대경제신문 이승용 기자] 코스피 3,000시대. 올해 IPO(기업공개)시장이 지난해 보다 더욱 뜨겁다. 수요예측 기록은 기업이 상장할 때마다 경신되고 있고, 증거금 역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열기 속에 투자자들은 비상장 주식거래를 통해 상장 전 유망한 기업의 주식을 사기위해 장외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개인투자자들뿐만 아니라 증권사들도 주관사 선점에 나서고 있어 IPO 3대장(미래·한국·NH증권)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편집자주]

SK바이오사이언스 일반 공모주 청약을 위해 NH투자증권 영업부금융센터에서 고객들이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 청약을 하고 있다.<사진=NH투자증권>
SK바이오사이언스 일반 공모주 청약을 위해 NH투자증권 영업부금융센터에서 고객들이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 청약을 하고 있다.<사진=NH투자증권>

IPO 역대급 기록 속출

올해 들어 IPO에서 역대급 기록들이 나오고 있다. 상장 기업 수와 수요예측, 증거금 기록 등이 잇달아 경신되면서 IPO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월 상장기업은 총 13개로 2002년 24곳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별로 살펴보면 코스피시장 2곳, 코스닥시장 11곳으로 씨이랩과 피엔에이테크 2개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11개 기업이 신규 상장했다. 2월 공모금액도 8천421억원으로 15년 만에 동월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매월 기록이 경신되고 있다.

자이언트스텝은 지난 9~10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1691.6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종전 최고치는 올해 1월 아이퀘스트가 기록한 1504.02대 1이었다.

올해 첫 대어급 SK바이오사이언스 일반 공모주 청약에서 진기록이 나왔다.

지난 9~10일 실시했던 일반 공모주 청약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63조6천198억원의 증거금이 몰렸다. 종전 최고기록은 지난해 상장한 카카오게임즈(58조5천543억원)으로 무려 8조가 높다.

균등배정이 도입되면서 투자자들이 1주라도 받으려고 복수청약을 하면서 증거금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균등배정은 최소 청약 증거금 이상을 낸 모든 청약자에게 동등한 배정 기회를 주는 것을 말한다. 얼마를 넣든 동일하게 최소 1주씩 배정 받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기 공모주 청약 당시 1억원을 넣어도 단 몇 주밖에 받지 못했던 점을 고려하면 문턱이 대폭 낮아졌다.

증권가에선 올해 IPO 시장은 지난해 보다 대어급이 많아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상반기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시작으로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지가 예정돼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하반기에 상장을 앞두고 있고, 크래프톤,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야놀자, 쏘카, 티켓몬스터 등 유니콘기업들도 IPO를 준비 중이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모주 균등배정방식은 많은 신주를 받으려면 더 많은 증거금을 부담해야 하는 비례방식과 달리 최소 청약증거금 이상을 납입한 모든 청약자에게 동등한 배정기회를 부여한다”며 “일반청약자의 배정물량 가운데 절반 이상은 균등방식을 도입해 배정해야 하는 만큼 개인투자자에게 더 많은 IPO시장 참여기회가 열리며 IPO도 흥행할 것이다”고 말했다.

장외시장 거래대금 연일 증가

 
 

IPO시장의 흥행이 이어지며 장외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이 지난해 보다 대폭 증가하고 있다.

18일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월 장외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99억9천523만원을 기록했다

최근 5년 일평균 거래대금을 살펴보면 2016년 6억5천만원이었던 일평균 거래대금은 2017년 10억9천만원, 2018년 27억7천만원, 2019년 40억3천만원, 2020년 51억5천만원으로 증가했다. 올 1~3월(3월 18일 기준) 일평균 거래대금은 66억4천988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시가총액은 18일 기준 18조1천666억원에 달한다.

K-OTC는 증권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주권의 장외매매거래를 위해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장외시장이다.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에 이어 국내 주식시장을 구성하는 한 축이다.

개인투자자들이 비상장 주식거래로 몰리고 이유는 대어급 IPO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올해 대어급으로 불리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청약 증거금은 63조6천197억원을 기록했고, 경쟁률은 335.36대 1로 집계됐다. 균등배정으로 최소 1주를 받는다고 해도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아쉬운 물량이다.

18일 비상장주식 거래플랫폼 서울거래소 비상장에 따르면 상장을 준비중인 여가플랫폼 기업 야놀자는 7만6천원에 거래되고 있다. 작년 말(1만2천500원)과 비교하면 무려 508%(6.4배) 폭등했다.

같은 기간 마켓컬리 운영사인 컬리는 2만8천원에서 현재 5만7천700원으로 106% 급등했고, 게임업체 크래프톤도 21% 증가했다. 현재 이들의 기업가치는 크래프톤(15조9천468억원), 야놀자(6조6천억원), 컬리(1조3천213억원)로 총 23조8천681억원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역시 IPO 대어들이 상장을 앞두고 있는 것이 K-OTC의 시장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K-OTC의 개인투자자 비중은 95%에 달한다”며 “풍부한 시장유동성으로 K-OTC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어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시장이다”고 말했다.

다만, 장외 시장에서 높은 가격을 기록하더라도 상장 이후 급락하는 경우도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빅히트의 경우 지난해 상장 직전 장외에서 30만원선까지 급등했으나 현재 주가는 20만선에 머물고 있다”며 “비상장주식은 거래량이 낮아 투자자가 원하는 시점에 매도·매수가 어렵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PO 열풍으로 증권사들의 주관삭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사진=현대경제신문>
IPO 열풍으로 증권사들의 주관삭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사진=현대경제신문>

IPO 3강 도전하는 신흥강자

올해 대어급 IPO가 예고되면서 증권사들의 주관사 경쟁이 치열하다. 기존의 상장주관 3강 체제에 KB증권과 대신증권이 도전장을 내밀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NH투자증권은 SK바이오팜·빅히트 등 대어급을 포함해 공모총액이 2조1천182억원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도 각각 1조6천874억원, 7천726억원을 기록해 IPO 주관사 상위권 자리를 유지했다.

이들 기업은 올해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에도 대표·공동 주관을 맡아 상장주관 경쟁력을 입증했다.

하지만 올해는 KB증권과 대신증권이 이들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KB증권은 지난 1월 몸값만 최대 100조원에 달하는 대어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대표주관사 자리를 차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그룹에서 전지사업을 맡은 업체로 업계에선 역대급 IPO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은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KB증권은 이 밖에도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지, 한화종합화학, 원스토어, SK매직 등 대기업 계열사들의 대표주관사를 맡았다.

대신증권도 대형사들을 제치고 올해 대어급 IPO에서 공동주관사로 선정됐다. LG에너지솔루션과 한화종합화학, 카카오페이 등이다. 현재 시장에선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가 100조원, 카카오페이 10조원, 한화종합화학 5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증권은 중소형공모 주관에서도 높은 성과를 나타냈다.

지난 1월 대신증권이 대표주관한 핑거는 939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고, 공동 주관사였던 레인보우로보틱스는 1,201대 1이라는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IPO 열풍이 불면서 IPO 기본수수료 외에도 공모실적, 기여도 등을 감안해 인센티브가 더해지기 때문에 증권사들이 대표·주관사에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IPO시장에 빅딜이 많은 가운데 신흥강자들이 등장하면서 기존 상장주관 대표 3사인 미래·한국·NH증권은 예년에 비해 두드러진 성과를 내기 힘들 전망이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은 IPO 수수료로만 251억원을 벌었고, 미래에셋대우(234억원), NH투자증권(101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이 지난해 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빅딜을 따기 위해 증권사들의 대표·공동 주관사 경쟁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IPO시장이 좋을수록 증권사들이 가져가는 수수료수익은 더욱 많기 때문에 중·소형사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