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 산업부 차장
성현 산업부 차장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한다. 쿠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클래스A 보통주 상장을 위한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설 명절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늦은 시간이었다.

이후 이를 분석한 기사가 쏟아졌다. 쿠팡의 지난해 실적과 고객 분석 기사부터 창업주이자 현 이사회 의장인 김범석씨의 급여, 쿠팡이 쿠팡이츠 배달원의 지위를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명시한 내용까지 다 기사로 공개됐다.

신고서의 모든 내용이 기사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이렇게 많이 나온 기사의 대부분은 쿠팡이 왜 한국 증시가 아닌 미국 증시에 상장을 시도했느냐였다.

대부분의 기사는 의결권에서 해답을 찾았다.

쿠팡이 김범석 의장이 보유하는 클래스B 주식에 대해 1주당 29배의 차등의결권을 부여했다는 점이 이유였다.

대주주와 일반 투자자의 의결권 차이가 없는 국내에 비해 경영권 방어에 유리한 점이 미국 행을 강요했다는 식이었다.

단지 그뿐이었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창업주이자 현 이사회 의장으로 있으면서 소프트뱅크 등 큰손 투자자들의 지원까지 받고 있는 김 의장이 경영권 상실만을 걱정해 미국 뉴욕거래소를 택했을 리는 없다.

한국 증시와 미국 증시를 저울질 하다가 미국을 택했다기 보다는 애초부터 한국 증시에 관심이 없었다는 표현이 맞다.

김 의장도 창업 1주년이었던 2011년 8월 기자간담회에서 “2년 내 나스닥에 상장해 세계로 도약하겠다”는 밝히기도 했다. 창업 1년 만에 공개적인 자리에서 미국 상장을 얘기한 것이다.

단순하게 봐도 미국 증시는 투자금을 유치하기에 국내 보다 수월하다. 쿠팡 입장에서 이는 중요한 문제다. 소프트뱅크가 투자 수익 실현을 위해 엑스트하면 만성 적자에 빠진 쿠팡은 또다른 곳에서 운영비를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에서 소프트뱅크 만큼의 투자를 받기는 어렵다.

이번에 상장을 시도하는 회사도 우리가 아는 그 쿠팡이 아니라 쿠팡의 모기업(Coupang, Inc)이다.

또 임원들도 다 미국 출신이다. 우선 김 의장이 미국 국적이며 공유택시기업인 우버 출신 투안 팸이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미국 아마존 출신 고라브 아난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 출신인 케빈 워시도 쿠팡 사람이며 미국에서 벤처캐피털을 운영 중인 닐 메타가 비상임이사로 있다.

미국 국적자가 만든 기업이 미국 출신 임원들을 영입해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것이다. 한국은 단순히 사업지일 뿐이다.

오리온의 중국 매출이 한국 매출 보다 높아도 오리온은 한국기업이고 포르쉐의 중국 매출비중이 30%를 넘어도 여전히 독일기업인 것과 같은 식이다.

애초부터 예견돼온 일이니 난리칠 필요 없이 담담하게 받아들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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