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보험업법 통과시 전자 지분 3%만 보유 가능
오너→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 구조 흔들릴 수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5일 오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사진=연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5일 오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임대현 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로 이재용 부회장 체제의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에 관련된 보험업법 개정안 국회 통과 여부가 지배구조 개편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재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17.3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현재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통해 실질적으로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고(故) 이건희 회장(지분율 20.76%)이고 삼성화재는 삼성생명이 대주주(지분율 14.98%)다.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에 대한 상속 절차가 차질 없이 이뤄지면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은 강화될 수 있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율은 0.1%도 되지 않는다.

이 회장이 들고 있던 주요 계열사 지분 가치는 18조 원가량으로 적용되는 상속세는 1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부회장이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물려받은 삼성생명의 지분을 일부 매각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복잡한 지배구조 대신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한 사업지주회사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회사로 나누는 작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 인적분할을 통한 금융지주사체제 전환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금융부문 지배력 강화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에 있어 가장 큰 변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다. 일명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박용진·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이다. 삼성생명법이 국회를 통과하게 될 경우 삼성생명은 총자산 중 3% 이상의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지 못하고 보유지분을 매각해야만 한다. 이 경우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

이 보험업법 개정안은 현행 보험업법에서 규제하고 있는 ‘3% 룰’의 기준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평가’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8.51%(보통주 기준, 특별계정 제외), 삼성화재는 1.49%를 소유하고 있다. 취득 당시인 1980년에는 1주당 1천원대에 불과했지만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삼성생명은 약 20조원, 삼성화재는 3조원 안팎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삼성생명법은 지난 19대와 20대 국회에서 같은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부결됐다. 그러나 이번 국회에서는 거대 여당의 입김이 쎈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법안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최근 법안의 방향성에 공감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낸 점도 힘을 보탠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7월 29일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문제와 관련해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으며 자발적으로 개선해야 할 문제”라면서도 “삼성생명을 포함한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의 지분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장가격으로 평가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해당 개정안이 금융 시장과 재계에 미칠 영향을 감안하면 정부와 여당이 급하게 통과시키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갑작스러운 상속 이슈 발생으로 삼성물산 지주회사 전환의 트리거로 생각했던 보험업법 개정 가능성은 작아졌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최대 주주 일가 입장에서는 이재용 부회장 관련 재판, 보험업법 개정, 공정경제 3법 개정 등의 이슈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어 지배구조 개편은 매우 장기적 관점에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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