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사망사고, 종합대책 발표
근무시간 조정, 보험 가입 유도
연간 500억 비용 집배점과 분담

지난 22일 사과문을 발표하러 자리를 단상으로 향하는 박근희 대한통운 대표이사 <사진=연합>
지난 22일 사과문을 발표하러 자리를 단상으로 향하는 박근희 대한통운 대표이사 <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진명갑 기자] CJ대한통운이 택배분류인력을 4천명대로 확대키로 했다. 택배기사 업무 강도 완화를 위해 근무시간도 조정하며 현재 자율에 맡긴 기사들의 산재보험 가입도 적극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잇따른 택배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종합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물류업계 전반에 걸친 노동환경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2일 CJ대한통운은 최근 잇따른 택배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해 박근희 대표이사가 사과문을 발표했다. 올해만 택배기사 13명이 과로사 했으며, 이 중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만 6명에 달했다.

박근희 대표는 “최근 택배 업무로 고생하시다 유명을 달리하신 택배기사님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리다”며 사과했다.

이어 “CJ대한통운 경영진 모두는 지금의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재발방치 대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코로나로 물량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현장 상황을 세밀하게 챙기지 못했던 부분은 없었는지 되묻고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과문과 함께 CJ대한통운은 근로자 처우 개선을 위한 종합대책을 내놨다.

우선 택배기사 업무 과중의 핵심으로 꼽히는 분류작업 관련 이를 위한 현재 1천명인 분류인력을 4천명 수준으로 확대키로 했다.

근무시간도 조정키로 했으며, 택배기사 산재보험 가입을 적극 유도키로 했다. 아울러 건강검진지원 등이 포함된 ‘택배기사 및 택배종사자 보호 종합 대책’도 발표했다.

또 자동화시설 확대를 통해 작업강도를 낮추고, 상생협력기금을 마련해 택배기사들의 복지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분류인력 추가 고용과 관련해선 연간 500억원의 비용 발생이 예상되는데, 이는 집배점 측과 협의 후 진행키로 알려져 비용 또한 양측이 분담하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선 CJ대한통운의 이번 결정이 단기 비용 증가 부담이 있겠으나, 노동자 사망사고로 나빠진 회사 이미지 개선은 물론 택배 단가 인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택배단가는 박스당 2천269원으로 미국(9천원대) 일본(7천원대) 대비 턱 없이 낮은 수준이다. 택배단가 인상은 CJ대한통운 포함 물류업 전반의 실적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CJ대한통운 종합대책 발표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에서도 환영의 뜻을 전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입장문에서 “과로사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 ‘분류 작업’에 인력 4천명을 추가 투입하겠다한 CJ대한통운의 발표는 택배 산업 현장의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는 첫걸음으로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대책위는 “해당 대책의 이행 계획과 점검 등을 논의하기 위한 ‘민관공동위원회’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에 아쉬움이 있다”며 “정부와 국회가 공동위 구성을 제안하고 CJ대한통운이 대승적으로 화답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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