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시작 만 2년 '흐지부지'...이재용 부회장 재판 앞두고 관심

성현 산업부 차장
성현 산업부 차장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지난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재판 5차 변론이 열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 보유지분을 사실과 다르게 회계처리했다고 증권선물위원회가 제재하자 삼성이 제기한 소송이다.

이 재판은 2018년 11월 27일 시작됐다. 햇수로는 3년이고 다음달이면 만으로 2년이다.

하지만 재판 속도는 느리다. 이날 변론에서야 양측이 다툴 증거서류가 확정됐고 그 흔한 증인신문은 한번도 없었다. 변론이 다섯 번이나 열렸지만 상황은 이렇다.

재판부는 이날 양측에 보다 구체적인 입장을 물어봤다. 아무리 올해 초 법원 인사로 담당판사가 바뀌었다지만 그동안 보내온 시간을 생각하면 조금은 실망스러운 발언이었다.

변호인의 답변도 아쉽긴 마찬가지였다.

증선위의 변호인은 구체적인 입장을 요구한 재판부에게 친절하고 쉬운 설명 대신 복잡하고 단편적인 답변을 내놨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변호인들도 아무런 배경설명도 없이 증선위의 제재가 잘못됐다고만 몰아갔다.

이 소송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승계의 정당성을 뒤흔들 수 있는 소송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으로 결론나면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이 수정되고 이 합병으로 삼성전자 지배력을 키운 ‘수혜자’ 이재용 부회장은 큰 저항을 받게 된다.

국내 1위 재벌의 수장이 흔들리는 것이다.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분명 큰 내상을 입을 것이다.

무척 중요한 소송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재판이 이렇게 지루하게 이어지는 사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사업 규모는 더욱 커졌고 이해당사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소액주주들이 작년 말 기준으로 7만4천명이 넘고 국내 협력사와 글로벌 제약기업들까지 연결돼있다.

만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패하면 상장폐지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재판의 후폭풍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진다.

1심에서 끝날 소송도 아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건 이 소송은 2심을 물론 대법원까지 갈게 뻔하다. 1심에서 어떤 결론이 나와도 그 결론이 최종 결론은 아닌 것이다.

중요한 소송이다 보니 하나하나 꼼꼼하게 챙기는 것도 좋지만 뒷일도 생각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속도를 내야한다. 운영의 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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