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천국은 있던가요, 테스형

 
 

#59. 천국은 있던가요, 테스형        

- 지난 추석명절엔 하늘에서도 한바탕 웃을 일이 있었지. 
- 웃었다고요? 잊어버릴 뻔했습니다. 웃는다는 것. 
- 웃음이야말로 살아있다는 징표지. 죽어가면서 웃는 사람 본 적 있나? 웃음을 잃으면 죽는 거야. 개도, 사람도, 사회도. 
- 웃음이 있어야 하는군요. 
- 그렇지. 살판 날 때 웃는 거지, 기울어가는 사람은 제일 먼저 얼굴에서 웃음기부터 사라지지 않던가. 
- 웃음기가 생기(生氣)로군요. 
- 그렇다네. 웃음을 잃지 말게. 
- 웃을 일이 없으면요. 
- 웃을 일을 만들어야지. ‘웃음이 생명이다’ 이거 잊지 말게나. 
- 알겠습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그렇게 웃으셨나요. 
- 자네도 들어봤겠지.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 아이쿠. 그게 뭡니까? 
- 테스형 아니냐. 테스형! 
- ㅋㅋㅋㅋㅋ
- 난데없이 방송에서 테스형 테스형 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거야. 
- 하하하. 
- 그러니, “소크라테스! 이거 봐. 저승에서 그댈 찾네 그려.” 이렇게 모두들 한 바탕 ‘턱 빠지게’ 웃었다네. 40 몇 년 전에 웬 젊은이가 ‘갈릴레오 갈릴레오 갈릴레오…’ 불러댄 일이 기억나더군. 
- 아, 퀸! 프레디 머큐리 얘기시군요. ‘갈릴레오 삐~가로!’
- 맞아 맞아. 이렇게 죽은 지 오래된 사람을 갑자기 소환하면 하늘에서도 분주해지지. “당신 매스컴 탔어~”하고 놀린다니까. 
- 하하하. 평소에는 죽은 분들 세상이 한적한가요?
- 아니야, 완전히 그렇지는 않아. 그래도 명색이 ‘역사의 위인’쯤 되면 5백 주기다 2천 주기다 해서 지상에서도 기념식이 성대하지 않나. 물론 보통 사람도 죽어서 십년 정도는 죽은 날마다 제사상 받으러 나들이 한 번씩은 하지만 말이야. 
- 글쵸? 제왕은 백년, 성인은 천년의 제사를 받는다 했던가요? 
- 그런 말도 있었나? 이천년 넘게 제사 받는 귀신들도 있던데. 
- 아, 맞아요. 성인들의 제사는 만년쯤 가나 봅니다.그건 그렇고 그래서 테스형님의 반응이 어땠을지 궁금합니다. 
- 그랬지. 세상이 왜 이래. 세월은 왜 이래. 그랬던가? 
- “먼저 가본 저 세상 어떤가요, 테스형. 가보니까 천국은 있던가요, 테스형.”
- 맞다. 아이쿠, 그런 걸 새삼스럽게 물어보다니. 
- 천국이 있긴 있나요? 
- 생각하기 나름 아닌가. 있다 없다 많은 주장들이 있더구만. 
- 그 주장들 중에 어떤 주장이 맞느냐고요.  
- 그것도 마음먹기 달린 거 아닌가? 
- ㅋㅋㅋㅋㅋㅋ 무슨 대답이 그래요. 먼저 간 사람들은 알 거 아니에요? 
- 하늘나라는 네 속에 있다 안 하더나?
- 누가요? 
- 못 들어봤어?
- 들어는 봤지요. (긁적)
- 그 말대로야. 지옥도 있고 낙원도 있지. 
- 이런!! 지옥은 땅속 아닌가요? 
- 땅속일 수도 있고 성층권일 수도 있고.
- 별나라일 수도 있고요? 
- 뭐 아무렇게나. 
- 죽기 전에 테스형은 이런 말을 했답니다. 플라톤의 기록에 남아있어요.“여러분은 죽음이 무엇인지 알고 있소?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사라져버리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것이오. 죽음이 아무 것도 없는 곳으로 사라지는 것이라고 칩시다. 그렇다면 고통도 없고 괴로움도 없을 터이니 죽음보다 좋은 것이 어디 있겠소.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일이라고 칩시다. 그러면 나는 훌륭한 사람들을 만날 행운을 얻는 것이오. 오르페우스나 그의 제자 무사이오스, 호메로스, 헤시오스 등등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면 여러분은 입장료를 얼마나 내겠소. 아니면 계략에 빠져 목숨을 잃은 팔라메데스나 텔라몬의 아들 아이아스와 만날 수 있다면 얼마를 내겠소.” (플라톤의 ‘대화’중 ‘소크라테스의 변명’)
- 영혼이 불멸에 관한 토론도 있었지. 
- 이렇게 말했지요. “나는 죽은 이들에게도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네. 착한 사람에게는 더 좋은 미래가 있을 것이고, 악한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겠지.” 그리고 또 영혼은 죽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죽은 다음에 아무 것도 없기를 바라는 건 못돼먹은 사람들뿐이다. 당연하지 않은가. 자기들에게 득이 될 터이니 말일세. 그런 사람들은 타타로스에서 고통스럽게 헤매게 될 걸세. 정직하고 절제된 생활을 한 사람만이 참다운 땅에 들어가는 게 허락될 걸세.”
- 아이쿠. 제 함정을 팠구만. 사람들이 ‘참다운 땅’이 무엇이냐고 묻지 않겠나. 
- 그랬지요. 테베사람 심미아스가 그렇게 물었답니다. 
- 지금 테스형 부른 사람도 ‘천국은 어떤가요’라고 묻질 않나. 
- 2천4백년 전 죽기 전에 한 대답은 플라톤이 다 적어두었습니다. 참다운 땅, 타르타로스의 강. 천국이니 지옥이니 연옥이니 하는 얘기가 죄다 소크라테스형한테서 유래했던 거 아닐까요. 
- 그러게나 말일세. 
- 그런데 정말 가서 보니 어떻더라, 이런 얘기가 정말 궁금한 거에요. 지상의 생활도 괴롭기 짝이 없는데, 천국 보상이라도 있는 건지. 
- 그게 다 자업자득이라니까. 천국이 있다고 믿고 테스형 말대로 정직하고 절제된 생활을 하는 사람은 ‘참다운 땅’에 갈 것이고, 그런 건 없다고 믿고 막되먹게 산 사람은 타르타로스의 심연에 갇히게 된다고. 
- 에이, 그걸 믿으라고요? 
- 하하하. 그럴 줄 알았네. 소크라테스가 뭐라고 말했던가. 
- 테베사람 심미아스가 그걸 정말로 믿으시는 거냐고 물었을 때, 이렇게 말했답니다. ‘이걸 믿는다는 게 적절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마음의 안정을 얻는 데는 도움이 될 거다’ 
- 지금 물어봐도 똑같을 거네. 믿거나 말거나 각자 마음이지. 
- 에고, 그런 걸 가지고 지금까지도 “천국, 지옥”하고들 앉아있으니. 
- 마음의 안정이 필요한 거 아니겠나. 
- 누가 물으면 나도 그렇게 말해야겠습니다. “믿기 나름이니라.”
- ‘도로 아미타불’이군. 
- 푸하하. 그런 셈이네요. 아마 그 가수도 물어는 봤지만 대답은 뻔하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 그런가? 결론은, 내가 순진했다는 거네. (계속)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