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용 금융부 기자
이승용 금융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이승용 기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국내증시가 폭락했을 때 그 물량을 떠받든 투자자는 누구인가. 기관과 외국인도 아닌 바로 개인투자자들이다.

개인투자자들 덕분에 국내증시가 반등할 수 있었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알 것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대주주 요건’ 강화로 개인투자자들은 뿔이 났다.

기획재정부가 ‘대주주 요건’을 기존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대폭 강화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한 종목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주주는 대주주로 간주하고 주식 양도시 차익에 대해 22~33%(지방세 포함)를 과세한다. 정부는 내년 4월부터 10억원 이상 기준을 3억원 이상으로 낮춰 과세대상을 넓힐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올해 연말(주주명부 폐쇄일)을 기준으로 한 종목에 대해 3억원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는 내년 4월 이후 매도할 경우 양도세를 내야 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이 바뀐 ‘대주주 요건’이다.

정부 발표대로 배우자, 직계존비속(외조부모, 손자 등 포함)이 보유한 ‘주식의 합계’ 즉 ‘가족 합산’으로 대주주 여부를 판단하게 되면 억울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개인투자자가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형주인 삼성전자를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이 2억5천만원을 가지고 있고 본인이 5천만원을 가지고 있으면 소액투자자였던 사람도 대주주 요건에 포함되는 것이다.

작년 말(주주명부 폐쇄일) 기준 특정 종목의 주식을 3억원 이상 10억원 미만으로 보유 중인 주주 수는 총 8만861명이었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 금액은 41조5천833억원으로 전체 개인투자자 보유 주식 총액(417조8천893억원)의 약 10%에 달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만큼 대규모 개인투자자들이 국내증시에 입성한 상황에서 연말 기준 종목당 3억원으로 강화되면 대상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대주주 양도소득세를 폐기하라’는 청원에 2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명했다.

대주주 기준을 시가총액 기준으로 설정한 나라도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 가운데 우리나라뿐이라는 점도 지적당하고 있다.

또한, 내년부터 대주주 주식 보유 기준이 10억에서 3억원으로 낮아지더라도 강화된 기준은 실질적으로 2년 밖에 적용되지 않는다.

2023년부터 5천만원을 초과하는 주식 양도차익에 전면적으로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데 굳이 이 시점에 ‘대주주 요건’을 강화하려는 것은 세금을 더 걷으려는 의도로만 보일 뿐이다.

이런 논란이 일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주식 양도차익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가족 합산’에서 ‘인별 과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3억이라는 요건은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정부가 이대로 과세방침을 고수한다면 개인투자자들이 기껏 살려놓은 국내 증시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된다. 증시에서 투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면 개인투자자들은 발길을 끊을 수도 있다.

정부는 정말 ‘과세형평’을 위한 정책인지 아니면 단순히 세금을 더 걷기 위한 것인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