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균형과 조화를 위한 실행자회의 (2)

 
 

#58. 균형과 조화를 위한 실행자회의 (2)

- 분명히 말해주지. 천상의 ‘우주의 균황과 조화를 위한 실행자회의’가 지구에 대해 가지고 있는 큰 기조는, 인간의 지성발달을 촉진하여 지구나 인류가 파괴되는 것을 평화로운 방법으로 막아보자는 것이야.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지. 그러는 사이에 인간들 스스로가 경쟁의 갑갑함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준동하면서 죽고 죽이는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거든. 그걸 굳이 뜯어말리지 않고 방관하는 면이 있다는 게 솔직한 얘기야. 이런 태도에는 여러 가지 의도가 있다네. 
- 인간들이 스스로 만드는 재앙을 방관하는 이유? 
- 인간들은 그런 시행착오를 통해서 스스로 깨닫게 되는 측면도 있거든. 후회되는 일을 많이 겪을수록, 보다 큰 교훈을 얻고 스스로 개화가 되지. 
- 잔혹한 댓가를 치르면서…. 하지만 교훈이란 그 순간에 그치지요. 그러고 나서도 같은 잘못을 다시 반복하질 않습니까? 
- 그래도 크게 보게나. 인간들이… 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항시 제자리걸음만 하는 것은 아니네. 점차로 개화되어 간다는 건 분명해.  예를 들면, 2차 대전을 끝맺는 데 핵폭탄이 사용된 이후… 그 이후로도 굉장히 많은 전쟁들이 지상에서 벌어졌고, 핵무기를 가진 나라들끼리 충돌도 자주 있었지만, 누구도 다시는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았네. 1차 대전과 2차 대전이 20세기 초, 단 30여년 사이에 반복되었지만, 핵무기를 사용해본 이후에는 무려 75년 동안이나 자제력을 유지하고 있지.  
- 그것을 사용하면 서로 망하게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 그래. 그것이 교훈이 되는 거야. 
- 그러나 지금 당장 중요한 건, 인간의 재앙을 막아주려는 의지가 하늘에 계신 분들에게는 별로 없다는 말이잖아요? 인간은 얼마나 더 시행착오를 거쳐야 진정 지혜로워질까요. 앞으로도 국가들 사이의 전쟁이라든가, 세계대전이라든가, 이런 게 또 있겠습니까? 지금 지구인들은 큰 전쟁을 한번 치를 수도 있다는 만반의 준비를 다 해두고 있는 것 같거든요. 과연 이게 터질 수도 있다는 말인가요?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고 있잖아요? 중국은 단호한 대응을 천명했고요. 아니면 예전 한국전쟁 때처럼, 작은 국가들을 시켜서 대리전이라도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인가요? 핵무기를 가진 북한은 살림이 말이 아니게 위급한 상황이고, 일본도 지금 거의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것 같거든요. 이런 상황에서도 자제력이 유지가 될까요?  
-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되겠지. 지금으로 봐서는 인간이 (어느 나라든) 자제력을 잃을 정도 상황이 되면 ‘현자들의 원탁회의’가 직권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네. 지금 인간들의 준동 못지않게 지구 자연 자체도 위기상황을 겪고 있다고 봐야 해. 이런 상황에서는 자제력을 잃으면 일이 너무 커질 것이네. 극단적 파국을 천상의 현자들은 이미 걱정하고 있어.   
- 다행이군요. 
- 그만큼 지구 생태의 파괴 위험이 커졌다는 뜻이야. 
- 그러면, 이라크에서처럼 무력충돌을 막지 못한 경우는 어떤 경우입니까? 2003년이었죠. 미국에 의한. 아니, 그 이전에 그런 것은 왜 가만 두었죠? 
- 그 때는 하늘의 현자들도 무척 당황했었네. 그런 일이 은밀히 준비되고 있다는 것을 감지는 했지만, 9.11사건 경우는 너무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일이었어. 
- 하늘에서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요?
- 좀 그렇지. 
- 하늘도 모르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나요? 
- 흠. 좀 미묘한 문제로군. 사실 지구상에는 언제든 테러나 전쟁이 터져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갈등요인은 산재해 있네. 20세기 민족간 지역간 갈등은 굉장히 깊어졌어. 예를 들면 북한이 어느 날 갑자기 인접국에 미사일을 쏘거나 중동의 어느 나라가 이스라엘이나 미국을 향해 선전포고를 하거나 어느 소수종족이 어느 강대국을 기습해 테러공격을 감행한다 해도 얼마든지 그럴 만하다는 개연성이 팽배해 있지 않은가. 알카에다가 미국 내부에 침투해 끔찍한 폭탄 테러를 저질렀을 때도 ‘그런 일이 왜 일어났느냐’고 이상해 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지. 다만 ‘어떻게 이런 큰 공격이 가능했을까’ 물었을 뿐이야. ‘올 것이 왔다. 그런데 생각보다 크게 왔다’ 같은 것이지. 지구촌에는 미움과 증오, 착취와 반감의 갈등이 어느 쪽에서든 당장 주먹을 날려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가득 차있다는 말이야. 
- 감정의 임계점. 
- 그래. 물이 끓어오르기 직전의 비등점 같이 말이야.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일이 터졌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예상을 못했던 거야. 생각해봐. 평화가 일상인 때에는 누군가 총을 겨누기만 해도 알아차리고 위험을 감지할 수 있지. 그러나 서로가 이미 총을 겨누고 있는 상태에서는 누가 조용히 방아쇠를 당기더라도, 총 소리가 들리기 전까진 거의 알아차릴 수 없지.
- 인류가 그렇게나 충돌직전이란 말인가요? 
- 그렇지 않은가? 한국만 해도 휴전선에 가보게. 휴전 후로도 벌써 70년 가깝게 155마일의 대치선상에서 양쪽의 1백만 병사들이 서로 총을 겨누고 마주서있지 않은가. 자네도 GOP근무를 해보지 않았어? 어디 빈총을 들고 있었나? 실탄을 장착하고 크레모아를 설치하고 진짜 수류탄을 인수인계하면서 상대쪽을 노려보며 밤을 세우지 않았나? 이런 상태에서는 충돌이 벌어지는 게 이상한 게 아니라 오히려 70년간이나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지. 
- 그, 그렇군요. 9.11도, 이라크 전쟁도, 새삼스러울 것 없는 사건이었다는 말이로군요. 그런데 균형과 조화 회의에 참석하는 무인들은 어서 인간을 전쟁으로 다스리자고 하는 것인가요? 따끔하고 뼈저린 교훈을 남겨주기 위해서? 
- 노, 노! 역설적이지만, 그들은 단지 전쟁발발 가능성을 검토하고 감시하려고 할 뿐이야. 전쟁을 실제로 겪어본 사람일수록 전쟁을 막고 싶어 하지. 대개 ‘한 번 붙어보자’는 자들일수록 입만 가지고 살아온 자들이지. 
- 하하. 맞네요. 예전에 미국에서 이라크와 리비아 침공을 결정하고 그 명분을 꾸며낸 네오콘들 대다수가 병역기피자들이었어요. 
- 이런 말 들어봤나?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이다. 그러나 불가피하게 전쟁을 해야 할 경우라면, 최대한 짧고 신속하게 승부를 내서 무고한 인명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 으음.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이네요. 관자의 국가전략에도 나온 말이고요.
- 인류는 남에 대한 적개심을 이제 버려야 하네. 자기만 아는 이기주의, 돈만 아는 황금숭배 못지않게 서로를 증오하는 마음, 지나친 경쟁주의, 이런 것을 벗어던지지 않으면 안도. 이기주의도 적개심도 사실은 뿌리가 같지. 바로 탐욕이야. 양보할 수 없고 패배하기는 더욱 싫다. 그런 마음이 상대를 짓밟으려는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거든. 지구환경의 파괴도 결국 그 때문 아닌가. 
- 결론적으로 말씀해 주시죠. 지금 지구촌을 옭죄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는 것인가요? 
-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인간은 이 바이러스도 스스로 극복해야 할 거야. 그리고 뼈저리게 그 교훈을 알아두어야 하지. 더 많은 질병, 더 많은 재앙들이 방문 앞에 당도해 있다는 걸 말이야. 그리고 성난 자연으로부터의 재앙은 인간의 탐욕에 절반 이상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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