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샛별 산업부 기자
주샛별 산업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내수경기가 암흑기를 맞았으나 명품시장만큼은 나홀로 승승장구하며 배짱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20년 7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해외 명품 브랜드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32.5% 급증하며 최근 1년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코로나 직격타를 피하지 못한 롯데와 현대, 신세계백화점 등 주요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이 전년 동기간 대비 2.1% 감소한 것에 비해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유로모니터도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럭셔리 시장 규모가 작년보다 18% 가량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한국은 -1%로 작년과 비슷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처럼 한국 소비자들의 명품 사랑은 유별나다.

가격이 비쌀수록 더욱 잘 팔린다는 평가가 나오는 한국 고객들의 소비특성 탓에 ‘호갱’(호구+고객)이란 신조어까지 생겨났으니 말이다.

올해 한국에서 판매된 명품 브랜드 가격은 유럽에 비해 약 20% 가량 높았다.

과시욕과 허영심 등이 뒤섞인 심리적인 요인으로 불황도 타지 않자 명품가격 또한 덩달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페라가모는 지난달 14일부터 가방과 신발 등 일부 품목의 가격을 최대 12% 인상했다. 인기 가방인 켈리백 스몰이 기존 209만원에서 235만원으로 올랐다.

명품 주얼리 브랜드 카르티에도 1일부터 전제품 가격을 최대 6% 인상했으며, 티파니앤코와 명품 시계브랜드 오메가 등도 이달 말부터 가격을 인상한다고 전해진다.

앞선 지난 5월에는 샤넬과 루이뷔통, 프라다 등 유명 명품 브랜드들이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올렸다. 디올도 지난 7월부터 인기상품 가격을 최대 15% 올려 판매하고 있다.

특히 샤넬은 가격이 뛰기 전 구매하려는 고객들로 인해 마스크를 쓴 채 백화점 개장 2시간 전부터 대기하고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는 ‘오픈런’ 진풍경을 자아내기도 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한국인들이 명품에 관심이 많아 해외 명품사들이 한국에서만큼은 가격을 올린다”며 “특히 20대는 편의점에서 김밥을 사먹더라도 자신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곳엔 아낌없이 과감하게 지갑을 여는데 그 중 하나가 명품”이라고 말했다.

개인의 만족을 위한 가치소비는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해외 명품업체들이 한해 동안에 몇 차례씩 가격을 인상하는데도 명품 먹잇감으로 전략해 품절 사태에 이르게 하는 등 을(乙)의 입장을 고수하는 행태가 씁쓸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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