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현 금융부 기자
임대현 금융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임대현 기자] 보험료는 싸고 환급금은 많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인기리에 판매돼 온 무해지·저해지환급형 보험의 상품 구조가 바뀔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내달부터 무해지환급형 보험의 만기 환급률을 표준형 수준으로 낮추도록 하며 보험사들에게 관련 상품 판매 제동을 걸었다.

보험사들은 어쩔 수 없이 무해지보험의 판매를 이달 혹은 내달부터 중단하고 상품구조를 변경하는 등 전략을 변경하고 있다.

무·저해지 상품은 보험료가 표준형에 비해 20~30% 저렴한 대신 납입기간 중 중도 해약하면 납입한 보험료를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거나 일부만 받는 것이 특징이다. 대신 납입기간 후 환급률을 높여 표준형보다 약 40% 많은 환급금을 준다.

보험업계는 일관되지 못한 당국의 정책이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킨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무해지보험을 활성화시킨 것 또한 금융당국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5년 저금리로 보험 상품의 매력이 크게 떨어지자 감독규정까지 개정해가며 무해지보험 판매를 독려하고 나섰다.

그러나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무·저해지 상품이 ‘제2의 해외 금리 연계 파생상품(DLF)’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면서부터 금융위의 태도가 바뀌었다. 일부 설계사들이 상품의 중요 내용인 해지환급금 지급과 관련한 정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판매하는 등 불완전판매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에서 DLF와 사모펀드 등 불완전판매가 불거지면서 당국에 책임을 묻게 되다보니 보험 쪽에서도 규제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 같다”며 “보험을 유지할 여력만 있다면 최적의 상품인데 구조 자체를 바꾸는 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이번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상품 구조 변경이 아닌 불완전판매에 대한 대책이 더 시급했던 셈이다. 일부 불완전판매 사례에 해당되는 특정 영업채널이나 보험사에 대한 더 강력한 조치가 이뤄졌다면 무해지보험 상품 판매 중단까지는 가지 않았을지 모른다.

다양한 상품이 개발되도록 규제를 풀어 소비자들이 혜택을 보게 하고 잘못된 사례를 관리·감독해 업계의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향후에 나올 상품 중에서도 제2의 무해지 보험이 생기지 말란 법은 없다. 세상에 나쁜 상품은 없지만 상품을 악용하는 일부 설계사들과 당국의 애매한 대처가 무해지 보험의 종말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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