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정의란 무엇인가.

 
 

#50 정의란 무엇인가.      

- ‘도는 보이질 않고, 하늘은 가르쳐주질 않는구나’ (道無形象 天無言語) !
- 퇴계가 <성학십도> 서문에 쓴 글 아닌가. 하늘이 가르쳐주지 않으니 스스로 파고 파서! 스스로 깨달아가야 한다. 이것이 학문이다. 
- 선조 임금에게 만들어준 책이죠. 
- 이제 성학십도 얘기를 해보려는가? 
- 웬걸요. 그저 이 말이 가슴에 와 박힌다는 거죠. 대체 진리가 무엇인지, 하늘의 뜻은 무엇인지,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건지, 인간은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 궁금한 건 많은데 진리는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고, 하느님도 말이 없으시니 인간은 답답할 뿐이다. 이 말이 가슴에 콱 들어와 박히지 않습니까? 
- 뭘, 그렇게 까지야. 내 책에 보면 도가 무엇인지 아마 서른번쯤은 반복해서 말하고 있을걸. 
- 아참, 그렇지요. <장자>에는 도에 대한 설명이 무수히 반복되어 있지요. 
- 그럼 조금은 알아들었을 것 아닌가.  
- 이런 말도 있더군요. 퇴계님 얘기와 결국 비슷한 말 같은데. 도는 왜 가리어져 참과 거짓이 발생하고, 참된 말은 어디에 가리어져 시비다툼이 생기는 것일까. 도는 어디 가서 오지 않고, 참된 말은 어디에 있어 들을 수가 없는가(道惡乎隱而有眞僞 言惡乎隱而有是非, 道惡乎往而不存 言惡乎存而不可). 좀 다른 말이긴 합니다. 어쨌든 어느 것이 참이고 어느 것이 거짓인가, 어느 것이 바르고 어느 것은 틀렸는가를 따지고자 할 때, 하늘이 스스로 심판을 내려주지 않는다는 점을 말한 것은 마찬가지지요. 
- 그래. 그런데 무엇이 궁금해서 그러는가. 무엇을 모르겠다는 것인가. 
- 아시잖아요. 요즘 세상이 너무 시끄러운 것. 모두들 내가 옳다, 네가 그르다 하면서 다투느라 그러고 있죠. 말로써 말이 많다더니, 다투는 걸 보고 있노라면 옳고 그름의 기준마저 모호하게 느껴질 때가 많답니다. 
- 하하하. 그래? 시시비비를 가려보고 싶은가? 심판이 필요하다면 맹자를 불러보게. 요즘 세상에 인의(仁義)라곤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고 불평이 많던데, 아마 입이 근질근질 할 걸세. 요즘 멀리서 보면 뭔가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다닐 때가 많더군. 
- 아하, 그렇겠군요. 맹자야말로 칼로 무 자르듯 시비곡직을 가리는 데는 아주 명쾌하고 단호한 분이셨죠. 
- 어때? 지금이라도 한번 초대해볼까? 
- 에이, 관두세요. 안 그래도 끊임없는 세간의 논쟁에 지쳐버렸어요. 
- 하긴. 요즘 다들 말하고 듣는데 지친 것 같더군. 아주 열정적인 몇 사람 빼고는…. 
- 정말 지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있어요. 어휴. 그게 그렇게 재미있을까.
- 먹고 살아야 하니까. 
- 맞아요. 그 사람들은 의(義)에 목마르고 주린 자들이어서 논쟁을 하는 게 아니라, 없는 논쟁이라도 만들어 떠들어야 밥이 나오는 자들이더군요. 개인 유투버나 매스컴이나, 다 비슷한 거 같아요. 논란 당사자들이야 어찌 되든, 자꾸 논란을 만들고 부추기고 싸움을 붙이고 하면서 그걸로 먹고 살아요. 없는 말도 만들고, 지나쳐갈 얘기도 흘려버리지 않고 반드시 말꼬리를 잡아서 싸움을 붙여요. 저 마콘도 사람들이 수탉이 거세한 이야기를 가지고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밤새 토론을 즐겼다는 말처럼요. 
- 그런 쓸데없이 긴 이야기를. 그래서 돈이 나온다는 거야? 
- 그렇죠. 유튜브라는 데서 돈을 주니까요. 그래서 요즘 초딩들의 장래 희망이 유튜버라잖아요. 
- 언제는 건물주가 인기라더니. 
- 애들 유행은 금방 바뀌잖아요. ㅎㅎ. 건물주는 요즘 인기 없어요. 세금 관계가 너무 복잡해져서 이제 피곤한 직업이 된 것 같아요. 
- 자, 그렇다면, 시비곡직을 가릴 것도 아니면서 하늘의 대답은 왜 필요하단 건가? 
- 세상이 너무 시끄러워 그렇죠. 예를 들면 ... 그래 이건 옳고 저건 그르다. 네가 옳고 너는 틀렸다, 뭐 이런 식으로 똑 부러지게 이견의 여지가 없는 답을 내려준다면 세상이 좀 조용해지지 않을까요?  
- 아, 그 나라 판사 검사들은 뭘 하구?
- 판사 검사도 못 믿겠다는 것 아닙니까.
- 종교인 학자들은 뭘 하고? 언론도 없어? 
- 하이고, 요즘 세상에 누가 그들을 믿어요? 차라리 국회의원보다 신뢰도가 더 낮을 걸요. 언론들도 각자의 세력에 부합하는 말을 떠들 뿐이죠. 아, 세상이 시끄러워진 게 바로 이 사람들 때문 아니겠습니까?   
- 그런데 공자 맹자의 말도 듣지 않는다면, 누구의 말인들 먹히겠나? 
- 제 말이!!
- 좋아. 그저 복습이나 해보자. 나도 <장자>에 어떤 말이 있는지, 종종 잊어버리곤 하니까 말이야. 시역피야 피역시야(是亦彼也 彼亦是也). 이거 한 번 말한 적이 있었나?  
- 이것이 저것이며, 저것이 이것이다? 
- 그래. 바로 그 말! 그러므로 이것에도 하나의 옳고 그름이 있고, 저것에도 하나의 옳고 그름이 있다. 삶이 있으므로 죽음이 있고, 죽음이 있으므로 삶이 있는 것이다. 옳음이 있으니 옳지 않음이 있다. 옳다는 것에 비추어서 옳지 않음이 있고, 옳지 않다는 것에 비추어서 옳음을 아는 것이다(因是因非 因非因是).
- 그러면 옳다는 것과 옳지 않다는 것은 끊임없이 다툴 수밖에 없는 것이겠군요. 인간은 운명적으로 다투며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까? 
- 최소한 없는 것을 있다고 하거나 있는 것을 없다고 하거나, 이런 거짓말은 하지 말아야겠지. 사람마다 자기 욕심 때문에 없는 말을 지어내고 무고한 사람을 모함하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겠나. 저 거대한 미국을 좀 봐. 어쩌다 저 지경이 되었는지. 
- 아하.
- 하늘이 누굴 특별히 미워해서 벌을 주는 것이 아니라, 특히 꼬여가는 일을 잘 살펴보면, 반드시 하나의 큰 거짓말이 원인이 되어 일은 꼬이고 말도 힘을 잃게 되는 것이라네. 인간 스스로 거짓을 꾸미고 그 벌을 받는 거야. 
- 자업자득이로군요. 이럴 때 군자라면 어떻게 살아야 하죠? 
- 인간이 다 회개해야 하지. 참회가 필요한 시대네. 그리고 자네는 이 말을 새기게나. “따라서 성인은 상대적인 다툼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스스로 하늘에 비추어 판단한다”.
- 알겠습니다. ‘너부터 정학하게 해라’ 그런 말씀이로군요.
- 너무 절망하지 말고 힘을 내게. 스스로 반성하고 돌아보되, 그것을 세상에 강요하진 말게. 부모의 말이라도 듣지 않는 시대에, 무슨 말인들 불화의 씨앗이 되지 않겠는가. 그럼 또 보세.   (계속) 

因是因非 因非因是 인시인비 인비인시 
옳다는 것 때문에 옳지 않음이 있고
옳지 않음 때문에 옳음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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