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진료비 전년 대비 35% 증가…1조원 눈앞
보험업계 “과잉 한방진료 손해율 악화의 주범”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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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신문 임대현 기자] 지난해 자동차보험 총 진료비가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보험사들이 손해율 상승의 주범으로 꼽고 있는 한방진료비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 영향을 끼쳤다.

보험업계는 한방 병원들의 과잉진료를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향후에도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 손해율 악화로 자동차보험료가 인상되면 소비자의 부담도 가중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22일에 발표한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 진료비는 2조2천142억원으로 전년(1조9천762억원) 대비 12.04% 증가했다. 세부적으로는 한방 진료비가 2018년 7천307억원에서 지난해 9천874억원으로 35% 가량 크게 늘어난 반면 양방 진료비는 1조2천268억원에서 1조2천454억원으로 소폭 증가에 그쳤다.

명세서 건수 기준으로도 한방 진료가 1천90만5천건, 양방 진료가 876만6천으로 한방진료가 양방진료를 넘어섰다. 2018년까지는 한방 진료 건수가 855만1천건, 양방진료 건수는 887만8천건으로 양방진료가 더 많았다.

업계는 한방진료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과잉진료가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자동차보험으로 진료를 받으면 따로 자기부담금이 없다는 점을 이용해 의료쇼핑을 하거나 병원에서 보험 가입여부를 물은 뒤 과잉진료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대형 한방병원은 자동차보험 및 실손보험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불필요한 치료를 조장하는 설명회 등을 개최해 과도한 환자 유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한방진료의 1인당 통원일수는 양방보다 훨씬 길고 평균진료비 역시 양방 대비 한방이 2배 이상 높다”며 "이 수치들이 과잉진료가 행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시민단체인 '소비자와함께'도 최근 설문조사를 통해 과잉진료로 인한 한방진료비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며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달 초 소비자와함께가 자동차사고로 한방 진료를 받고 한약을 처방받은 만 19세 이상 소비자(1천12명)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처방받은 한약의 양이 10일분 이상이라는 응답은 54.2%를 차지했다. 그러나 처방받은 한약을 모두 복용했다는 응답은 25.8%에 불과했다. 4명 중 3명은 한약을 다 먹지 못해 버리거나 방치한다는 얘기다.

1회 처방 시 처방받은 한약의 양과 관련해서는 ‘많다’는 응답이 39.7%였고 1회 처방 시 며칠분이 적정하냐는 질문에는 ‘3~4일’이라는 응답이 25.3%로 가장 많았다.

특히 교통사고 치료 시 첩약 비용을 보험사에서 지급하지 않고 직접 지불해야 한다면 한약을 어느 정도 받겠느냐에 질문에는 ‘받지 않겠다’는 응답이 60.5%에 달했다.

소비자와함께 관계자는 "건강보험과는 달리 자동차보험 수가기준은 국토교통부에서 결정‧고시하고 있어 세부기준이 미흡하고 이로 인해 발생되는 한방 과잉진료는 한방진료비 증가의 한 원인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며 "자동차보험료의 누수요인을 제거해 향후 보험료 인상으로 인한 소비자의 불이익 및 사회적 낭비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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