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용 금융부 기자
이승용 금융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이승용 기자] 한 개인투자자 A씨는 최근 자신의 계정으로 KB증권 HTS(홈트레이딩시스템)에 접속했다. 하지만 자신의 계정이 아닌 다른 개인투자자 B씨의 계정으로 연결되는 전산사고가 발생했다.

주식 매매 등 금융거래 서비스가 아닌 간편조회 화면에서 발생한 전산사고지만 B씨로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개인정보와 증권계좌번호, 주요 자산정보가 타인에게 노출된 것이다.

KB증권 관계자는 “이번 전산사고는 개인투자자 단 한명에게만 발생했다”며 “금융사고가 아닌 단순 전산 오류로 네트워크의 안정성과 고객의 편의성을 위해 제공된 화면이라도 인증 절차를 더욱 세심하게 관리하겠다”고 해명했다. 투자자 한 명만 그랬으니 대수롭지 않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투자자 단 한명 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이번 전산사고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만약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면, 그 중에 일부라도 악의적으로 다른 고객의 자산에 피해를 입히기라도 했다면 소송은 물론이고 KB증권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는 나락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단 한 명에 불과할지라도 고객의 소중한 개인정보가 노출된 사고인데 단순 전산오류일 뿐이라고 대응하는 KB증권 측의 사고 대응 방식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1명의 고객을 대하는 자세를 보면 전체 고객을 바라보는 회사의 눈높이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사고’는 금융기관 소속 임직원이나 소속 임직원 이외의 자가 금융업무와 관련해 스스로 또는 타인으로부터 기망, 권유, 청탁 등을 받아 위법·부당한 행위를 함으로써 당해 금융기관 또는 금융거래자에게 손실을 초래하거나 금융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번 전산사고 자체가 금융사고에 해당되지는 않는다고 해도 이를 가벼운 해프닝 정도로 여기는 금융사라면 ‘금융사고’를 언젠가는 낼 수 있는 곳이라고 고객들은 생각할 수 있다.

‘한 명 뿐인데 뭐’라는 식으로 고객정보 유출 사고를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겨 유야무야 넘기려 한다면 KB증권을 믿고 거래했던 고객들은 신뢰를 잃고 발길을 돌릴 수도 있다. 달리 생각하면 KB증권 고객 누구나  금융정보 유출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반복되는 증권사 전산사고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금융당국의 허술한 관리·감독 실태도 문제가 있다.

올 6월까지 KB증권 외에도 키움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유안타증권, SK증권 등 다수의 증권사에서 전산사고가 발생했다.

전산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금융당국은 코로나19 핑계를 대면서 현장검사를 나설 생각이 없어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현장검사하기 힘든 상황이다”며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점검차원에서 현장에 달려갔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종합검사도 코로나19로 미뤄졌으니 종합검사 진행할 때 전산사고가 있던 증권사들에 대해 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다”며 “시기는 아직까지 정해지진 않았으나 6월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말로는 무엇을 못하랴. 언젠가 전산사고로 인한 대형사고가 터져야 부랴부랴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겠다고 할 게 뻔하다. 

매번 똑같은 금융당국의 말도, 개선하겠다고 말하면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증권사 전산사고에 이제는 고객들도 믿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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