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샛별 산업부 기자
주샛별 산업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주샛별 기자] 지난 3월 14일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맞춤형 화장품 시대가 열렸다.

이는 정부가 국내 화장품 시장이 정체되자 K뷰티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한 제도다.

맞춤형 화장품이란 고객의 피부상태·선호도 등을 반영해 매장에서 색소, 향료 등 원료를 혼합·소분한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개인의 피부 상태에 맞출 수 있어 K뷰티의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란 정부의 취지와는 다르게 원료 개발과 확보, 제조 기기와 냉장시설 등의 설비 비용 부담에 중소업체들은 선뜻 발을 들이지 못하고 있다.

즉석에서 소분하는 만큼 위생관리가 중요한데 이를 위해선 냉장시설 등을 반드시 설치해야 하고 이러한 장비들을 갖출 충분한 매장 공간, 조제관리사 의무 배치 등 대규모 투자 비용이 필수인 탓이다.

중견화장품업체 관계자는 “투자 비용 대비 시장성은 없다고 판단했다”며 “그러한 설비들을 도입 한다는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또 그렇게 큰 매장을 가질 수 있는 매장이 국내서 몇 개나 될 것 같냐”고 말했다.

그래도 수익성이 좋다면 도전하는 업체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수익성 측면에서도 글쎄다.

국내 대표 화장품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은 맞춤형 화장품 시장 선점에 나서, 지난달 명동에 맞춤형 화장품을 판매하는 ‘아이오페 랩’ 매장을 열었다.

하지만 하루에 받을 수 있는 고객 수는 현재 최대 10명 남짓에 그친다.

1대 1로 매장 내 전문 연구원과 상담 후 3D 마스크를 만드는 등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면 모든 프로그램이 평균 1시간에서 1시간30분 가량 소요되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대량 생산하는 화장품에 비해 맞춤형의 수익성이 더 좋다고 볼 수 없는 건 사실”이며 “점차적으로 다른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안을 추후 전략적으로 모색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 시장성은 어떨까. 소비자들에겐 통할까.

현실적으로 맞춤형 화장품 하나를 구매하는데 1시간 이상 소요된다.

또한 공장에서 제조하는 화장품에 비해 아직은 디테일 부분에서 밀리는데도 팩과 같은 경우는 기존 화장품의 10배 정도 비싸다.

이 외에도 소비자의 피부상태나 피부 톤 등도 항상 일정하진 않아 변수가 많은데, 바뀌는 피부에 맞는 맞춤형 화장품을 매번 구매하기도 번거로운 건 사실이다.

또 이미 시중에는 수없이 많은 색조브랜드와 그에 맞는 광범위한 컬러들이 즐비해있다.

한 중견업체 관계자는 “맞춤형이라고 하나 다양한 피부 유형들이 존재함에도 검사했을 때 아직 4가지 피부 카테고리 정도밖에 안 나오는 것 같아 맞춤형이 맞나라는 의문이 든다”며 “메리트는 있으나 조금 더 충분한 기술력을 갖췄을 때 시도한다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지 않을까한다”고 말했다.

맞춤형 화장품이 이제 시작인만큼 다양한 시행착오가 예상되나 그렇다고 아직 희망을 잃기에는 이르다.

시장선점을 위해 먼저 나선 대기업들이 성공적인 선례를 보인다면 그에 따른 중견·중소에 맞는 제도들도 차차 마련돼 포화상태인 화장품 시장 속에 또 다른 기회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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