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부 이승용 기자
금융부 이승용 기자

[현대경제신문 이승용 기자]지난 3월 코로나19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락하자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연계 ETN(상장지수증권)에 개인투자자의 자금이 대거 몰렸다.

지난해 4월 3천억원에 불과했던 개인투자자의 거래대금은 올해 4월 말에는 13조7천억원으로 치솟았다. 1년 새 무려 45배 넘게 급증한 것이다. 또한 일평균 거래대금도 지난 2월 358억 원에서 3월 1천243억 원, 4월 4천123억 원을 기록해 국내 ETN 시장 개장(2014년 11월) 이후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문제는 원유 가격이 사상 최저가로 떨어지자 ‘언젠간 다시 오르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에 앞뒤 따지지 않은 투기성 자금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투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몰리면서 ETN 가격과 실제 지표가치의 차이인 괴리율은 900%가 넘는 과열 현상을 보였다. 괴리율, 롤오버 등 기본개념을 알지 못한 개인투자자들이 ‘묻지마식 투자’를 한 결과다.

무턱대고 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에 1차적인 잘못도 있지만 한국거래소와 증권사의 책임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3월 국제 유가가 폭락했을 당시 한국거래소는 아무런 조치 없이 방관했다. 한 달이 지난 4월 8일 원유 레버리지 ETN 종목에 대한 매매거래정지를 예고했고 22일에는 레버리지 ETN에 대한 추가 매매 거래 정지라는 대책을 내놨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투자자가 ETN을 지표가치보다 비싸게 매수하면 시장가격이 지표가치에 수렴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오히려 투자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투자에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거래소는 ‘늦장대책’이라는 비판과 함께 투기판을 방치하는 수준의 허술한 시장 감시 시스템을 드러냈다는 질책을 투자자들로부터 받았다.

거래소가 ETN시장을 유지하려 했다면 안전장치를 충분히 마련해야 했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개인투자자의 진입을 막았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증권사도 ETN 상품에 대한 위험성과 유동성 공급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고 증권사 직원들도 개인투자자에게 ETN 투자 시 주의해야 할 점을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금융당국과 기관은 이제라도 향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자본시장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다양한 경우의 수를 예측해 사전 안정장치를 구축해야 한다.

투자자들도 일확천금을 노린 ‘묻지마식 투자’가 반복되면 제2, 제3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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