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명갑 산업부 기자
진명갑 산업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진명갑 기자] 안전제일(安全第一). 공사장에서 볼법한 이 문구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의 최근 행보와 비슷하다.

LG전자의 스마트폰은 과거 무한부팅, 배터리 발열 등 수 많은 문제로 소비자들의 불신을 샀다. 소비자들의 불신은 지금도 상당하다.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LG전자 스마트폰을 두고 Hell(지옥)과 LG를 합한 ‘헬지 폰’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에 LG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제품 완성도 향상에 집중해 왔다.

덕분에 지난해 출시된 LG전자의 ‘G8 ThinQ’와 ‘V50 ThinQ’ 제품들의 경우 높은 완성도를 보이며 그간 지적됐던 여러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하는 ‘안전제일’의 사업 방향성이 오히려 LG 스마트폰의 정체성을 불명확하게 했고, 제품의 차별성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삼성전자와 여러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폴더블 폰을 개발해 출시를 이어갈 때에도 LG전자는 탈착식의 듀얼 스크린을 출시했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와 ‘Z플립’은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으며, 듀얼 스크린 폰 ‘V50 ThinQ’의 후속작인 ‘V50S ThinQ’는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LG전자 MC사업본부의 실적도 지난해 4개 분기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행보에 아쉬움이 더 큰 이유는 그간 LG전자가 보여준 ‘혁신’들 때문이다.

LG전자에게 있어 ‘도전’과 ‘혁신’은 막연히 어려운 단어가 아니라고 본다. LG전자는 그간 가전제품을 통해 새로운 유형의 제품들을 탄생시키며 ‘신(新)가전’의 대표 주자로 떠올랐다.

최근 가전시장에 대세로 떠오른 의류관리기를 처음 출시한 것이 LG전자였다. 지난해에는 수제맥주 제조기인 ‘홈브루’를 출시해 세계적인 관심을 받기도 했다.

가전제품에 국한된 사례가 아니다.

LG전자는 과거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3D안경 없이 입체영상을 시청 가능한 ‘옵티머스 3D’라는 2011년 출시한 바 있다. 판매량은 저조했지만 대단히 도전적인 제품이었다.

이렇듯 혁신 DNA가 흐르는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안전제일’의 행보를 이어간다는 것은 자사의 경쟁력을 상실시키는 것이라고 본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가전제품에서 보여왔던 진짜 혁신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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