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차종혁 기자] 금융감독원의 해외 금리연계 DLF(파생결합펀드) 사태 책임 회피를 위한 ‘물타기’가 도를 넘어섰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건의 본질을 흐리기 위해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릴 때 통상 ‘물타기’를 한다고 한다.

최근 금융권의 가장 큰 이슈가 돼 현재진행형인 DLF 사태를 해결하려는 금융당국의 행태는 전형적인 물타기다.

해당 은행들은 이번 DLF 사태에서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 소비자 보호에 앞서 이익에 급급해 고객의 손실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DLF 사태의 발생과 해결에 가장 먼저 책임을 져야 할 금융감독원이 그 책임을 은행에만 떠넘기려하고 있어 꼴이 우습다.

이는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에 대한 제재심 과정에서 금융사 대표에 대한 제재를 높이려 한 정황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3일 윤석헌 금감원장은 DLF 제재심 의결안을 원안대로 결재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겸 우리은행장),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에 대한 ‘문책 경고’ 중징계가 확정됐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도 각각 230억원, 260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금융위원회는 3월 초 이전에 회의를 열어 이번 금감원의 결정에 대한 의결을 할 방침이다.

금융위에서도 이번 제재심 결과가 확정되면 손태승 회장 연임은 어려울 수 있다. 손 회장은 사실상 연임이 확정된 상태라 3월말로 예정된 주총만 거치면 된다. 하지만 이번 금감원의 중징계로 연임에 제동이 걸렸다.

국내 4대 금융사인 우리금융지주 손 회장의 연임을 불투명하게 할 정도로 중징계를 내리면서 금감원은 감독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한 것처럼 보이게 됐다.

그 의도나 과정이 의심스럽다. 다수의 언론사 보도를 보면 금감원 제재심에서 위원들이 은행장 징계 수위를 높이자고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볼 때 은행장들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책임이 무겁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이 은행의 내부통제기준을 근거로 중징계를 내렸다니 그야말로 책임 떠넘기기의 전형이다.

지난 6일 감사원은 ‘금융소비자 보호시책 추진실태’ 감사보고서에서 금감원이 금융 소비자 보호 정책을 추진하는데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제17조 제5호에 따라 금융소비자의 보호에 관한 업무를 소행하며 금융소비자 보호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종합시책을 수립·추진해야 한다. 또 같은 법 제18조에 따라 금감원의 금융소비자 보호 업무에 대해 지도·감독해야 한다.

법조계 해석에서 정도의 차이는 다를 수 있으나 권고사항이 아닌 의무사항이다. 그게 금융위의 역할이고, 금감원의 존재 의미다.

하지만 금융위와 금감원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 금감원이 금융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 업무를 같이 담당하고 있는데도 금융소비자 보호 정책이 미흡했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이번 DLF 사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금감원은 사태의 잘못을 은행에만 떠넘겼고, 자신들의 금융소비자 보호 업무에 대한 지도·감독 의무는 사후약방문으로 넘겼다.

이제 공은 금융위에 넘어갔다. 금감원이 중징계로 책임 회피를 하고 있는데 금융위가 맞장구를 친다면 짬짜미(남모르게 자기들끼리만 하는 약속이나 수작)로 볼 수밖에 없다.

금감원의 중징계 발표에 일부 금융소비자들은 ‘역시 은행들이 문제였어’, ‘피해자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해당 은행과 대표들이 중징계를 받는 게 맞지’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맞는 말이다. 해당 은행들은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만큼 댓가를 치르는 게 맞다.

하지만 사태가 벌어진 후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 위해 했던 은행들의 노력은 이번 결정으로 묻히게 됐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해 12월 전사 본부장 회의에서 “DLF 관련 배상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지난달 하나은행도 앞서 금융감독원이 각 은행 앞으로 전달한 ‘DLF 불완전판매에 대한 손해배상기준'에 맞춰 신속하고 공종한 배상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이 소비자 피해구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금감원은 해당 은행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CEO에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지도·감독해야 할 위치에 있는 감독원에 대한 자기반성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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