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경영권 분쟁, 한 단계 도약 계기되길

김영 산업1팀장.
김영 산업1팀장.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간 불거진 한진그룹 오너 경영권 분쟁이 동생 조원태 회장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조원태 회장의 독단 경영은 선친 유훈에 위배된다”던 조현아 전 부사장이 지난달 말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반도건설 등과 공동연대 구성 소식을 밝혔을 당시만 해도 업계에선 3월 예정인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주주총회서 조 회장의 재연임은 힘들 것이라 우려했다.

공동연대 결성에 따라 조현아 전 부사장측 지분율이 조 회장을 근소하게 앞서게 됐으며, 지분 경쟁의 키를 쥐고 있던 남매의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 다른 가족들이 조 회장을 지지할지도 불투명했던 탓이다.

조 전 부사장의 공동연대 구성 후 10여일 지난 현재 한진 경영권 분쟁의 주도권은 조 회장에게 넘어갔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명희 고문과 조현민 부사장은 오너가 경영 배제를 요구해 온 KCGI와 연대를 택한 조현아 전 부사장의 선택에 대해 ‘이해되지 않는다’며 조 회장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한진칼 지분 3.8%를 보유한 대한항공 자가보험·대한항공 사우회·대한항공 우리사주조합 역시 조 회장 편으로 분류되고 있다.

지난 7일 한진그룹이 밝힌 재무구조 개선 계획도 조현아 전 부사장측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KCGI는 한진그룹 경영권 교체 이유 중 하나로 취약한 재무구조를 줄곧 언급해 왔는데, 조원태 회장이 직접 유휴자산 정리 등을 통해 이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한진칼 주요주주 중 하나인 국민연금이 조 회장 측으로 돌아설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사내에선 조현아 전 부사장 복귀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형성 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른바 ‘땅콩 회항’ 사태로 말미암아 회사 대외 이미지 실추 계기를 제공했던 조 전 부사장의 복귀를 환영하지 않는다는 글들이 직원 게시판에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조원태 회장으로선 내달 한진칼 주총까지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누나로 촉발된 경영권 분쟁을 통해 그룹을 일신하고 불안했던 경영권 구조까지 어느 정도 안정화 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별세 직후 재계에선 한진 일가가 선친이 겪었던 형제간 재산분쟁을 그대로 답습할지 아니면 외부의 경영권 위협 속 단합된 모습을 보일지 주목했다.

결과는 후자였다. 오히려 아버지 세대 이상으로 시끄러운 잡음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이는 조 회장에 대한 가족 구성원의 불신이 1차 원인이 됐다고 본다.

조원태 회장으로선 여전히 따가운 세간의 시선 속 어렵게 잡은 기회를 잘 지켜내야 할 것으로 본다.

이를 위해선 대기업 오너로서 걸 맞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중국 우한행 비행기에 탑승하는 퍼포먼스도 나쁘진 않지만, 그보다는 실적으로 능력을 입증해 보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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