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8곳의 주인을 가리는 입찰이 시작됐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전 세계 공항 중 매출 1위 자리를 3년 연속 차지한 곳이다. 대외적인 이미지는 물론 해외 면세점 입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중요한 요충지인 셈이다. 또 면세점사업은 규모의 경제가 곧바로 수익성으로 연결돼 당장 눈앞에 보이는 실적에도 영향을 미친다. 업계에서는 특히 상장을 앞둔 롯데면세점과 점포 세곳을 수성해야 하는 신라면세점, 공격적으로 매장을 늘리고 있는 현대백화점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편집자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이 인파로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이 인파로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1터미널 12개 면세점 중 8곳 입찰…대기업 할당량 5곳
롯데·신라·현대백화점 주목받아…공격적으로 입찰 나설 듯

인천국제공항공사는 17일 ‘제4기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공고를 게시했다. 입찰 공고 대상 사업권은 대기업 5개, 중소·중견기업 3개 등 총 8개다.

현재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는 12개 구역으로 나눠진 출국장 면세점이 있다. 총면적은 1만7천74㎡다.

1·5·7·8구역은 신세계면세점이, 2·4·6구역은 호텔신라가, 3구역은 호텔롯데가 운영 중이다. 9~12구역은 각각 SM면세점, 시티플러스, 그랜드관광호텔, 엔타스듀디프리가 영업을 하고 있다.

입찰 대상 구역을 구체적으로 보면 롯데면세점이 운영하는 3구역과 신라면세점이 관리하는 2·4·6구역, 신세계면세점의 7구역 등 대기업 구역 다섯 곳과 SM면세점과 시티플러스, 엔타스가 각각 운영하는 9구역, 10구역, 12구역 등 중소기업 구역 세 곳이다.

이번에 입찰에 들어가는 8개 구역의 영업면적은 8천749㎡다. 전체 면적의 절반 가량이 이번 입찰에 나오는 셈이다.

입찰 참가를 희망하는 기업은 사업제안서 및 가격입찰서를 다음달 26일 오후 4시까지 제출해야 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면세점 운영경험, 마케팅, 상품 구성을 포함, 사업제안서 60%, 입찰가격 40% 비율로 평가해 각 사업권별로 단수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이후 관세청이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선별한 우선협상대상자를 대상으로 특허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대기업은 5개 사업권에 모두 입찰 가능하지만 품목이 같은 사업권에 복수 낙찰은 금지된다. 주류·담배 사업권 2개를 모두 가져오지는 못한다는 의미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지난 2018년 매출 2조6천억원을 기록한 세계 1위 공항면세점이다.

이 같은 실적은 2017년(2조3천312억원)에 비해 11.5% 증가한 것으로 사상 최대치다.

인천공항 제1터미널과 제2터미널 면세점의 매출은 각각 1조8천488억원과 7천514억원이다. 영업면적을 감안하면 약 9천억원의 매출이 이번 입찰에 달린 것이다.

호재도 많다.

우선 대규모 중국인 단체관광이 연이어 성사됐다. 중국 선양 건강식품·보조기구 제조회사인 이융탕(溢涌堂) 임직원 5천여명은 지난 7일부터 5박 6일간 한국을 단체로 방문했다. 한한령이 시작된 2017년 이후 단일 규모로는 최대다.

이들은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을 찾아 쇼핑을 했다. 또 다음달 초까지 3천500명의 중국 수학여행 단체가 국내를 방문한다. 이 역시 최근 3년간 단일 수학여행 단체로는 가장 큰 규모다.

또 지난해 말 공항과 항만 입국장에 면세품 인도장을 설치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관세청은 출국장면세점에서 구입한 물품도 입국하며 수령할 수 있도록 할지를 고심 중이다.

출국장면세점의 입국장 인도장이 설치되면 국내에서 소비할 술이나 화장품을 출국할 때 찾지 않고 입국할 때 찾을 수 있어 여행 내내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면세업체들의 입찰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주목을 받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운영사인 호텔롯데가 상장을 추진 중이라는 점에 이런 전망이 나온다.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일본롯데홀딩스다. 이 회사는 호텔롯데 지분 19.07%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도 롯데의 일본 계열사인 일본 L4투자회사(15.63%), L9투자회사(10.41%), L7투자회사(9.40%) 등으로 호텔롯데 자사주(0.17%), 부산롯데호텔(0.55%)을 제외하면 99.28%가 전부 다 일본 자본이다.

이에 롯데그룹은 지난 2015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으로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드러나자 당시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던 호텔롯데를 상장하겠다고 발표했다.

롯데그룹은 이후 2017년 10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선언하고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매각했으며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4개 계열사의 투자부문을 합병해 지주사인 롯데지주를 출범시켰다.

호텔롯데 상장은 롯데그룹 경영 투명화 작업의 마지막 단추다. 또 롯데면세점이 호텔롯데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2.9%에 달하는 만큼 이번 입찰의 성패가 상장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신라면세점은 현재 운영하는 점포가 세곳이나 입찰에 나오기 때문에 방어에 나서야할 상황으로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24%나 감소해 실적 반등도 필요하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면세점사업을 시작한지 1년이 조금 지난 상황으로 점포 수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마감된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입찰도 단독으로 참여해 낙찰에 성공했다.

한 면세업체 관계자는 “세계 1위 공항 면세점이라는 상징성과 각 회사들만의 절실한 사정이 있어 입찰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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