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긍정보다 예측 가능한 리스크 대비 필요

김영 산업1팀장
김영 산업1팀장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올 한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 거래규모는 37조7천억원에 달했다. 2014년 31조3천억원을 넘어서는 역대 최대치였다. 저성장 기조 속 새로운 사업기회 창출을 노리는 기업들의 도전이 이어진 한해였다 볼 수 있겠다.

특정 업종 내 경쟁력 확대를 위한 인수가 빈번하게 이뤄졌으며,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알짜 매물 매각에 나선 기업도 많았다. 알짜 벤처 기업 중 일부는 국내시장 성장한계를 느끼고 해외기업 매각을 택하기도 했다. 

그 중 특히 눈에 띄는 M&A 사례로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넥마블의 코웨이 인수 등을 꼽을 수 있겠다. HDC현대산업개발과 넷마블 모두 기존 영위하던 사업과 전혀 무관한 새로운 영역에 진출한 탓이다.

이들 두 기업 모두 면세업과 항공업의 결합 및 구독경제로 진출 등 나름의 인수 타당성을 밝혔으며, 이종(異種)간 융합으로 대표되는 4차산업 특징을 고려할 때 트랜드와 맞는 선택으로도 보여진다.

다만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부분은 인수된 기업 전 주인들의 과오를 참조, 과한 욕심은 부리지 말라는 것이다.

올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한 금호산업의 경우 2006년 대우건설 인수를 시작으로 단기간 빠르게 사세를 확장했었다. 당시 금호는 재계순위에서 항공업계 라이벌 한진그룹을 앞지르며 염원하던 10대 그룹 반열에도 올랐으나 영광의 시간은 짧았다. 대우건설 풋옵션 파문에 유동성 위기가 찾아왔고 그룹은 빠르게 해체 수순을 밟았다. 그 과정에서 오너가 경영권 분쟁이 세간의 눈총을 사기도 했다.

코웨이를 다시 시장에 내놓은 웅진 또한 금호와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다. 그룹 확장에만 몰입하다 보니 재무 건전성 관리에 미흡했고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경영진 입장에서 신사업 진출을 통해 확대될 매출과 영업이익 등 긍정적 지표를 먼저 고려할 수는 있겠으나, 지금 같은 불황기에는 리스크에 대한 고민이 그 보다 우선되야 할 것이다.

M&A가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겠으나 위기의 발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유념, 성장에 앞서 내실을 챙기는 새해가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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