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이금영 기자] 올해 제약·바이오업계는 호재와 악재가 뒤섞인 한 해를 보냈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미국 의약품 시장 진출이 활발했으며 글로벌제약사를 상대로 한 기술수출도 연이었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논란과 의약품 발암물질 검출 파문이 일었고 바이오업계는 연이어 신약개발에 실패하는 등 시행착오를 거치기도 했다. [편집자주]

지난 9월 26일 식약처 관계자가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약품을 검사한 결과 발암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nitrosodimethylamine·NDMA)이 검출됐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지난 9월 26일 식약처 관계자가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약품을 검사한 결과 발암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nitrosodimethylamine·NDMA)이 검출됐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위장약·당뇨약 발암물질 검출 파문

지난해 고혈압약 발암물질 사태에 이어 올 하반기에만 세 번이나 발암물질 검출되며 파문이 일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당뇨병 치료제 ‘메트포르민’에 대한 불순물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지난 16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4일 싱가포르 보건당국이 당뇨약에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nitrosodimethylamine·NDMA)’이 검출됐다고 발표하며 시작됐다. 지난해 7월 고혈압 치료제에 사용되는 발사르탄의 원료의약품에서 NDMA가 검출된 후 네 번째 실시되는 발암물질 조사다.

NDMA는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WHO)의 국제암연구소(Illinois Accelerator Research Center·IARC)가 지정한 2A 등급 발암물질이다.

앞서 지난 9월과 지난달에는 위장약 성분 라니티딘·니자티딘에서 NDMA가 검출되며 논란이 일었다.

이에 식약처는 각각 국내 유통 중인 라니티딘 원료의약품(7종)과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약품을 사용한 완제의약품 전체(269개 품목)에 대해 잠정적으로 제조와 수입·판매를 중지하고 처방을 제한했으며 니자티딘 성분의 13개 완제의약품도 판매가 중지됐다.

이와 관련 당뇨병학회는 “지난해 일부 고혈압약을 시작으로 최근 특정 제산제에서도 NDMA가 검출돼 처방이 금지된 상황에서 당뇨병약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제기돼 큰 우려를 낳고 있다”며 “정부가 명확한 설명과 조치를 해야 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올해도 이어진 삼바 분식회계 논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은 올해도 이어졌으며 이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 있었다.

지난 9일 1심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했으나 피고인들과 검찰이 항소하며 2심으로 넘어가게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4부는 지난 9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삼성전자 부사장 3명에 징역 1년 6개월~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백모 상무와 보안선진화TF 서모 상무, 삼성바이오에피스 양모 지원팀장은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삼성바이오에피스 이모 부장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삼성바이오로직스 안모 대리는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들 5명은 사회봉사 80시간도 명령받았다.

재판부는 “엄청난 양의 자료를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이고 대대적으로 인멸·은닉했다”며 “분식회계 의혹의 기소, 유무죄 여부가 증거인멸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한편 검찰은 증거인멸 배경으로 삼성그룹경영권 승계 관련 의혹,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불공정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본잠식 회피, 제일모직 가치를 부풀리기 위한 회사 가치 조작을 꼽고 수사 중이다.

‘세계 1위’ 美 의약품시장 진출 활발

국내 제약사들의 미국 의약품 시장 진출이 활발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SK바이오팜·SK케미칼·대웅제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ood and Drug Administration·FDA)으로부터 의약품 판매를 허가받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시밀러 3개 품목(온트루잔트·에티코보·하드리마)를 허가받았으며 셀트리온 항생제 ‘리네졸리드’, SK바이오팜 수면장애 치료제 ‘수노시’·뇌전증(간질) 치료제 ‘엑스코프리’, SK케미칼 치매 치료제 ‘SID710’, 대웅제약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주보’로 총 8개 제품이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에는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3개 품목(트룩시마·테미시스·허쥬마), 휴온스 국소마취제 ‘리도카인주사제’ 총 4개 제품만 미국에서 허가받았던 것에 비해 올해는 2배 늘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BMI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의약품 시장 규모는 약 420조원(3천621억달러)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 약 32.8%에 달한다.

한편 한미약품은 FDA에 항암신약 ‘오락솔’의 판매허가를 신청하기 위해 사전미팅을 준비 중이며 에이치엘비도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은 허가신청을 위한 사전미팅을 지난 10월 완료했다.

바이오업계, 신약개발 연이어 실패

바이오기업들이 사활을 걸었던 신약개발의 실패 소식이 연이었다.

식약처는 지난 7월 코오롱생명과학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의 판매허가를 취소했다.

인보사는 사람 연골세포가 담긴 1액과 연골세포 성장을 돕는 유전자(TGF-β1) 함유한 2액으로 구성된 주사액이다. 지난 2017년 국내 첫 유전자 치료제로 판매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2액의 형질전환세포가 연골세포가 아니라 종양 유발 가능성이 있는 신장세포인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바이오벤처인 신라젠·헬릭스미스·에이치엘비·메지온도 신약개발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신라젠은 지난 8월 간암에 대한 ‘펙사벡’의 임상3상 조기종료를 선언했다.

펙사벡은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해 사멸시키는 항암 바이러스로 기존 1~2차 항암제가 듣지 않는 환자들에 사용돼 이른바 꿈의 항암제로 불렸다. 그러나 임상에서 유의성을 확인하지 못해 조기종료하게 됐다.

한 달 후인 9월 헬릭스미스도 당뇨병성 신경병증(Diabetic Peripheral Neuropathy·DPN)에 대한 ‘엔젠시스’의 임상3상이 결과 도출에 실패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는 “위약(가짜약)과의 혼용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달 후 “3-1B상 결과 안전성과 유효성을 모두 입증했다”고 밝히며 내년 2월 미국에서 관련 연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발표하며 기대를 모았다.

이 밖에도 에이치엘비와 메지온은 각각 항암제 ‘리보세라닙’, 심장질환 치료제 ‘유데나필’의 임상3상 결과 기존 목표에 부합하지 못하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양사는 현재 FDA에 신약 허가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유한·알테오젠·브릿지, 기술수출 잭팟

11월까지 집계된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기술수출 계약 규모는 약 8조3천억원이다.

바이오기업 알테오젠은 지난달 제형변환기술을 글로벌 제약사에 총계약 규모 1조6천억원에 수출했다.

정맥주사(IV) 의약품을 피하주사(SC)로 대체할 수 있는 인간 히알루로니다제(ALT-B4)의 비독점적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이다. 이 기술은 알테오젠이 세계 두 번째로 개발했다.

앞서 지난 1월에 유한양행이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에 비알콜성지방간염 신약후보 물질을 약 9천억원(7억8천500만달러)에 기술수출했으며 7월에는 바이오기업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후보 물질 'BBT-877'을 약 1조4천600억원(11억유로)에 기술수출했다.

이 밖에도 GC녹십자와 SK바이오팜, 티움바이오, 레고켐바이오 등이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을 이전하거나 수출하는 성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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