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임대현 기자] 올해 보험업계는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자동차·실손보험 손해율로 인해 실적이 급감하면서 유독 힘든 한해를 보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확충에 대한 부담감이 지속됐고 해외금리 연계 파생상품(DLF·DLS) 사태 여파로 무·저해지 상품에 대해 금융당국이 소비자경보를 발령하면서 타격을 입기도 했다.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위기감을 느낀 보험사들은 가입율이 낮은 젊은 세대를 공략한 보험상품·마케팅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편집자주]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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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치솟은 자동차보험 손해율

손보업계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업계는 적정 손해율을 76~80%로 보고 있지만 지난 9월에는 국내 손해보험사 11곳 모두 손해율이 90%를 넘었고 11월에는 대형사들도 100%가 넘는 손해율을 기록했다.

손해율은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을 뜻하는데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자동차보험의 손해율 상승은 정비 수가 인상, 육체노동자의 정년 연장, 중고차 보상 확대, 한방 추나요법 건강보험 적용 등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이례적으로 1월과 6월 두 번의 보험료 인상이 있었지만 손해율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손보업계는 올해 자동차보험에서 1조5천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손보사들은 내년 초 자동차 보험료를 5%가량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보험료 인상은 시장 자율에 맡겨져 있지만 사실상 당국이 통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자동차보험이 의무보험으로 부담이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어 제도적 개선을 우선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는 아직 시행되지도 않은 제도를 인상폭에 먼저 반영하라는 데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에 따른 수익률 악화

생보업계는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다. 과거 고금리 상품 판매로 인한 역마진 우려와 함께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자본확충에 대한 부담도 더욱 가중됐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1.75%에서 1.50%로, 10월에는 1.50%에서 1.25%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금리인하로 인해 생보사들의 자산운용수익률은 하락했다. 보험사들은 대부분 국고채와 채권에 투자하며 수익을 내고 있는데 기준 금리가 인하되면 상품의 수익률 역시 하락해 자산운용수익률이 떨어진다.

생보사들은 과거에 판매한 확정 고금리 상품들이 저금리의 장기화로 인해 금리차로 인한 손실을 불러오면서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9년 1~3분기 생명보험회사 경영실적(잠정)’에 따르면 생보사 당기순이익은 3조573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384억원)보다 24.3%(9천811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험영업 부문에서 18조457억원의 손실이 났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자본확충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 생명보험산업 책임준비금 대비 잉여금비율은 2017년 말 16.6%에서 올해 6월 말 8.4%로 하락했다.

책임준비금 대비 잉여금 비율은 평가대상준비금 대비 잉여금(평가대상준비금과 LAT 평가액의 차이)으로 정의돼 잉여금 비율이 음수면 부채적정성평가(LAT)결손으로 책임준비금을 추가 적립하고 당기손익으로 반영해야 한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부채적적성평가 산출 방법 변화로 인해 금리에 대한 민감도가 증가한 가운데 금리가 최근 급격히 하락하면서 생보사들이 전반적으로 책임준비금 대비 잉여금 비율이 큰폭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경제 불황이 지속되면서 한은이 현재 1.25%인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1% 혹은 그 이하까지 낮출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받고 있다.

DLF사태 여파 무·저해지 보험상품 경보

금융당국은 지난 10월 최근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무·저해지환급금 보험상품에 대해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다. 이 상품은 보험료가 저렴한 대신 만기 전에 해지하면 환급금이 아예 없거나 낸 보험료의 절반가량 밖에 받지 못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무해지보험은 금융위원회가 2015년 ‘무해지‧저해지 보험 상품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보험 소비자의 보험료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무해지 보험의 개발 및 판매를 적극적으로 권장하면서 하나 둘 출시됐다.

생명보험사가 2015년 7월, 손해보험사는 2016년 7월부터 무해지보험을 출시하며 2016년 32만1천건, 2018년 176만4천건, 올해 1분기에만 108만건이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저렴한 보험료를 원하는 소비자를 겨냥해 일부 설계사들이 납입기간 이후 높은 환급률을 강조하거나 목돈 마련 목적의 상품처럼 안내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불완전판매 논란이 제기됐다. 여기에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S‧DLF)까지 겹치면서 국정감사에서 거론돼 이슈가 커지자 금융당국은 태도를 바꿔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는 등 규제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내년 4월 예정돼 있던 무·저해지환급금 보험상품 안내강화 방안을 지난 1일 조기 시행했다. 또한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보험개발원과 10개 보험사가 참여한 상품구조 개선 TF를 꾸려 무해지·저해지 환급형 보험에 대한 불완전판매 대책을 주문했다.

보험업계는 금융당국의 소비자보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동시에 우려의 시선도 함께 보냈다. 보험 상품은 중간에 해지를 목적으로 가입하는 상품이 아닌데도 금융당국은 중간에 해지할 경우의 위험성만 너무 부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보사 관계자는 “무해지 보험의 상품구조를 제한하는 것은 소비자 선택권을 빼앗는 일”이라며 “상품자체의 문제라기보다 판매과정에서 내용을 허위로 설명하거나 설명하지 않은 부분 등이 문제가 돼 벌어진 일이므로 불완전판매를 막을 대책을 고민해야한다”고 말했다.

4년 만에 부활한 금융감독원 종합검사

금융감독원 종합검사가 4년 만에 부활했다. 지난 6월 메리츠화재를 시작으로 올해 한화생명, 삼성생명, DB손보가 연이어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를 받았다.

금감원 종합검사는 지난 2015년 보복성 검사 우려와 함께 금융사의 수검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에서 폐지했다가 지난해 윤석헌 금감원장이 취임하면서 핵심 부문만 검사하는 ‘유인부합적 종합검사’로 재개했다.

금감원은 보험사의 모든 것을 다 보는 저인망식 검사 방식을 탈피해 주요 리스크를 확인할 수 있는 핵심 부문만을 중점 점검하는 방식의 종합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종합검사 대상 선정 평가지표로는 소비자보호, 내부통제와 지배구조, 건전성 등이 포함됐다.

금감원은 한화생명의 재무건전성 관련 지표와 메리츠화재의 장기인보험 신계약 관련 지표들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그 다음으로는 즉시연금과 암보험금 지급 문제 등으로 금감원과 갈등을 빚고 있는 삼성생명이 종합검사를 받았지만 우려와 달리 큰 잡음 없이 마무리됐다.

DB손보의 경우 금감원은 민원과 보험금 지급 등 소비자보험과 관련된 지표 등을 살펴봤다.

젊어진 보험, 2030위한 보험상품·마케팅

올해 보험업계는 2030세대 고객층 확보를 총력을 쏟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보험 가입률은 97%에 달했다. 현재 국내 보험산업의 주요 가입 연령층은 40~50대다. 그러나 이들의 보험 가입률은 90%에 달해 추가로 가입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반면 2030대의 보험 가입률은 상대적으로 낮아 향후 보험사업 핵심 고객층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보험사들은 젊은 고객층의 니즈를 겨냥해 ‘온디맨드보험’이라 불리는 맞춤형 보험을 내놓고 있다. 온디맨드 보험은 보험사들이 만들어 놓은 상품에 가입하는 기존 형식과 다르게 개인이 필요한 보험을 보험회사에서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혁심금융서비스로 지정된 후 올해 6월 출시된 NH농협손해보험 ‘온오프(On-Off) 해외여행보험’은 자신이 원할 때만 보장 개시가 가능한 대표적인 고객 맞춤형 상품이다. 본인이 필요한 보장들을 골라 가입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험료로 가입 가능한 DIY(Do It Yourself)보험 상품 역시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보험사들의 노력은 마케팅 변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보험사들은 유튜브를 통해 보험이야기 대신 고객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보험의 딱딱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고객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을 기준으로 공식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곳은 41개 생명·손해보험사 중 38곳에 달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유튜브 영향력이 커지면서 보험에 대한 인식개선과 홍보 효과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앞으로 유튜브를 통한 다양한 콘텐츠들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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