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존채무이자 16억이상 남았는데도 근저당권 해지…대법원 판례와 상충
대법원 판례 “잔존채무 있다면 채권최고액 변제해도 근저당권 말소 청구 불가”

금감원 “개별 사안 언급하기 어렵지만 원칙적으로 법원 판결 근거해 판단”

 
 

유진저축은행이 담보물권의 잔존채무금이 16억원이상 남아있는데도 제3자가 채권최고액을 대위변제했다는 이유로 근저당권을 해지해 연대보증인에 수십억원의 피해를 입혔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20일 백모씨는 “2011년 감정평가액이 55억여 원에 달하는 본인 소유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토지(11만6천641㎡)의 근저당권이 유진저축은행의 잘못으로 부당하게 해지돼 수십억 원의 피해를 입게 됐다”며 “해당 토지의 근저당권 해지에 대한 부당함과 이로 인한 피해사실을 알리고자 금융감독원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판례를 잘못 적용한 법리해석 오해로 묵살당하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백모씨는 “채권최고액만 변제했다고 해서 근저당권을 말소시켜야 할 이유가 없으며 이자를 포함한 채권전액의 변제가 있을 때까지 근저당효력은 잔존채무에 여전히 유효하다는 대법원판례가 있는데 왜 유진저축은행과 금융감독원은 근저당 말소에 문제가 없다고 해석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2005년 백모씨는 S산업개발이 유진저축은행(구, 대영저축은행)에서 대출받은 24억 원에 대해 물상보증과 연대보증을 했다. 이후 S산업개발은 대출채무금 24억원을 전액 상환하지 않았고, 2015년 6월 유진저축은행은 대여금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 소송으로 연대보증인 백모씨는 채권최고액을 상회하는 잔존이자채무금 16억5천400여만원을 유진저축은행에 지급하라는 법원판결을 받았다. 해당 대출금의 담보토지는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에 위치한 20만2천299㎡다.

대여금 소송이 있던 같은 달 오포문형리지역주택조합은 S산업개발로부터 담보토지 중 8만5천658㎡를 매입했고, S산업개발이 상환하지 못한 채권채고액 24억원 중 12억2천730만원을 유진저축은행에 대위변제 했다.

유진저축은행은 주택조합의 법무대리인이 상환을 이유로 근저당권 해지를 요청하자 채권최고액을 상회하는 잔존이자채무금 16억5천472만원을 받지도 않은 상황에서 근저당권을 해지했다. 이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이 발생했다. 유진저축은행은 주택조합이 S산업개발로부터 매입한 토지(8만5천658㎡)는 물론 조합이 매입하지도 않은 공동담보 토지(산73-1번지, 11만6천641㎡)에 대한 근저당권까지 해지했다. 모두 20만2천299㎡다. 2011년 수원지방법원성남지원에서 평가한 담보토지 전체의 감정가는 712억원이다.

유진저축은행은 S산업개발의 대출채무 연체가 발생하자 2011년 10월 담보토지 모두에 대해 임의경매를 개시했다.

유진저축은행보다 선순위에 있는 근저당권은 모두 합쳐 50억원을 넘지 않았다. 경매가 절차대로 진행이 됐으면 유진저축은행은 채권채고액을 상회하는 잔존이자채무금 16억5천472만원까지 모두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유진저축은행은 16억원이 넘는 잔존채무이자가 남아있는데도 주택조합의 법무대리인 요청을 받아들여 근저당권을 해지해 경매는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백모씨는 “공동담보인 11만6천641㎡의 2011년 감정평가액은 55억1천290억원이고 유진저축은행이 근저당권을 해지한 2015년에는 토지상승분을 감안하면 약 65억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유진저축은행이 근저당권을 해지하지 않았다면 잔존채무금 16억5천여만원 전액을 변제받았을 것인데도 불구하고 공동담보에 대한 근저당권을 해지한 처분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백모씨는 2017년 7월 금융감독원에 유진저축은행의 근저당권 해지가 부당하다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유진저축은행 측으로부터 “근저당권자인 당행은 제3취득자로부터 채권채고액을 변제받은 바 공동담보인 산73-1에 대해 근저당권을 별도로 실행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유진저축은행은 민법 제364조 ‘저당부동산에 대하여 소유권, 지상권 또는 전세권을 취득한 제삼자는 저당권자에게 그 부동산으로 담보된 채권을 변제하고 저당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답변의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백모씨는 이를 근거로 근저당권을 해지한 유진저축은행의 처분은 법리해석을 오해한 것이라며 대법원 판례를 들어 반박했다.

지난 2010년 대법원은 ‘근저당권은 원본, 이자, 위약금,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및 근저당권의 실행비용을 담보하는 것이며, 이것이 근저당에 있어서의 채권최고액을 초과하는 경우에 근저당권자로서는 그 채무자 겸 근저당권설정자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그 채무의 일부인 채권최고액과 지연손해금 및 집행비용만을 받고 근저당권을 말소시켜야 할 이유는 없을 뿐 아니라, 채무금 전액에 미달하는 금액의 변제가 있는 경우에 이로써 우선 채권최고액 범위의 채권에 변제충당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유도 없으니 채권 전액의 변제가 있을 때까지 근저당의 효력은 잔존채무에 여전히 미친다고 할 것이다’고 판결(2010다3681)했다.

또 앞선 대법원 판례(80다2712)에서도 ‘채무자의 채무액이 근저당 채권최고액을 초과하는 경우에 채무자 겸 근저당권설정자가 그 채무의 일부인 채권최고액과 지연손해금 및 집행비용 만을 변제하였다면 채권전액의 변제가 있을 때까지 근저당권의 효력은 잔존채무에 미치는 것이므로 위 채무일부의 변제로써 위 근저당권의 말소를 청구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백모씨는 이같은 내용의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이달 초 금감원에 ‘유진저축은행이 잔존채무금이 남아있는 상태에서도 압류 등 법적 조치를 하지 않고 담보토지에 대한 근저당권을 해지한 것이 잘못된 것인지에 대한 유권해석을 바란다’는 내용을 담은 민원을 다시 제기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금융감독원은 법원의 판결, 특히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경우에는 이를 근거로 해서 판단을 하고 있다”며 “해당 사안에 문제가 있었는지는 내부적으로 자세하게 다시 검토해봐야 할 부분이다”고 말했다.

유진저축은행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는 채권최고액을 전부 변제했기 때문에 관련법에 따라 근저당권을 해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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