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현 금융부 기자
임대현 금융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임대현 기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지난 4일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법제화를 저지하기 위한 총력전을 선언했다.

의협은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를 위해 발의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보험사가 가입자의 질병 정보를 쉽게 획득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보험사가 보험금 청구를 거부하거나 보험 가입, 연장 거부 등의 근거를 쌓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의료업계가 청구간소화를 막기 위해 총력전에 나선 이면에는 자신들의 밥그릇이 줄어들까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개정법률안이 통과돼 효력을 얻게 되면 가격 통제를 받지 않는 비급여 진료 내역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심사를 받게 돼 가격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조사한 한 의료기관의 ‘연도별 초음파 청구변화’ 자료에 따르면 문케어가 실행된 후 오히려 비급여 항목은 증가했다.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이후 13만원에 이르는 비급여 항목인 비뇨기계 초음파를 추가로 받게 하거나 치료재료 명목으로 10만원짜리 비급여를 끼워 넣는 등 부위별 초음파를 급여화할 때마다 새로운 비급여 항목을 만들어내는 행태가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비급여 항목이 의료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방증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실손보험 가입자는 3천800만명에 달한다. 인구 10명 중 7명 이상이 가입한 셈이다. 실손보험 특성상 보험금 청구는 소액으로 빈번하게 이뤄진다. 연간 보험금 청구수는 3천만 건이 넘는다.

전체 인구의 70%가 넘게 가입했고, 연간 3천만 건이 넘게 보험금 청구가 이뤄지는데도 청구 절차는 여전히 10년 전과 유사하다. 손보사들의 서비스 향상으로 간소화되긴 했지만 기본 절차는 크게 다를 바 없다. 국민들이 응당 받아야 할 보험금을 포기하는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소액의 보험금을 받기 위해 거쳐야 하는 번거로운 청구시스템 때문이다.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는 보험급여 청구절차의 간소화에 대해 제도 개선을 권고했지만 의료계 반발로 10년째 제자리걸음 중이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실손보험청구간소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놓고 ‘신중 검토’에서 ‘찬성’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법안심사소위원회에도 올라 법제화를 위한 움직임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심평원의 전산망을 이용해 개인정보 유출문제를 해소할 수 있고 청구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서류비용도 보험업계가 부담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의료계는 같은 입장만 고집하고 있다.

실손보험청구 간소화를 놓고 보험업계와 의료업계 간 팽팽한 대치구도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대로라면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의료계가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해하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어 우려된다. 자신들의 이익추구를 위해 무조건 반대를 외치는 모양새가 되지 않도록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달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실손보험청구간소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심사할 예정이지만 이대로는 지난 10년처럼 흐지부지되는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실손보험청구 간소화를 놓고 보험업계와 의료업계 양쪽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은 국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무엇인가다. 집단의 이익은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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