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용 금융부 기자
이승용 금융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이승용 기자] “사실상 전산장애가 발생하지 않기는 쉽지 않다. 시스템 업데이트를 한번 하거나 정비하고 나면 꼭 문제가 발생한다. 최소화하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전산사고가 발생한 어느 증권사의 관계자의 답변이다. 전산사고가 나지 않게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다며 피해를 입은 고객에게 죄송하다고 얘기해도 부족할 텐데 대답은 사뭇 달랐다. 업데이트를 하다보면 문제가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참 느긋한 반응이다.

증권사 전산사고는 매년 반복되는 단골 소재다. 대형, 중형 증권사를 가리지 않고 문제가 발생하니 전산사고가 나지 않은 증권사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등에서 전산사고가 있었고, 올해도 KB증권과 유진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국감자료를 보면 올해 들어서만 8월까지 증권사에서 10건의 전산장애가 있었고, 이 중 5곳에서 2천196건의 민원이 발생했다. 보상액만 약 27억원에 달했다.

증권사들은 전산사고 발생 직후 개선을 했다고 하지만 고객들은 개선됐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고 있다. HTS·MTS 도입과 전산운용을 시작한지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문제가 계속 발생한다는 것은 증권사의 시스템 관리능력이 부족하거나 의지가 미약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올해 KB증권에서 발생한 전산사고를 보면 시스템 기술력과 의지가 얼마나 부족한지 한눈에 들어온다. 1월과 2월에 연달아 전산사고가 발생하고 10월에도 또 사고가 발생해 올해만 3번이나 고객에 피해를 입혔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금융그룹의 계열사인데도 대응수준은 기대에 한참 미지지 못한다.

처음 전산장애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원인을 파악하고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보완을 했다면 수개월 만에 반복해서 2차, 3차 전산장애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

현재 고객들은 KB증권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전산장애가 또 발생한다면 고객들은 KB증권에 아예 등을 돌릴 수도 있다. 대표는 물론 시스템업무를 담당하는 임직원들의 책임이 무거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타 증권사도 마찬가지다. 전산장애로 인해 피해를 입은 고객들은 신뢰를 잃고 타 증권사로 이동하고 있다. 피해를 입지 않은 고객들 역시 불안정한 시스템을 보유한 회사에서 거래하기를 꺼려하는 분위기다.

아직 전산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증권사도 지금의 시스템 관리에 안심하고 만족할 상황은 아니다. 앞서 사고가 발생한 타 증권사들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시스템을 더 점검하고 사고에 대비해야 고객 신뢰를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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