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희 두레정치연구소 대표(前 충주시장)
한창희 두레정치연구소 대표(前 충주시장)
링컨 대통령은 위기를 유머로 받아 넘겨 오히려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유머감각이 탁월한 지도자다. 그는 원숭이를 닮은 외모 때문에 못생겼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선거유세 중에 있었던 일이다.
상대 후보가 링컨에게 “당신은 두 얼굴을 가진 이중인격자!” 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링컨은 “제가 정말 두 얼굴을 가졌다면 이 중요한 유세장에 왜 하필 이 못생긴 얼굴을 가지고 나왔겠습니까?”라고 받아 넘겼다. 링컨의 이 유머 한마디가 모였던 청중들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순식간에 청중들을 자기편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런 일도 있었다.
링컨이 변호사시절 부인 메리와 함께 생선가게를 들렀다. 메리가 생선가게 주인에게 신경질을 부리며 짜증스럽게 말을 했다. 참다못한 주인이 링컨에게 항의를 했다.
링컨은 가게주인의 손을 잡고 이렇게 부탁했다. “저는 15년 동안 참고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주인 양반께서 15분만 참어 주시면 무척 고맙겠습니다.”
주인이 빙그레 웃으며 메리의 시늉을 고분고분 들어 주었다고 한다.

링컨은 정적의 비난은 물론 아내의 신경질에 항의하는 생선가게 주인에게 마저 유머 한마디로 썰렁한 분위기를 바꿔버렸다.

유머사례를 가장 많이 남긴 지도자는 영국의 윈스턴 처칠 수상이다.
처칠은 90세까지 장수했다. 말년에 젊은 기자가 찾아와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젊은 기자가 말했다.
“내년에도 건강하게 다시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자 처칠 왈 “내년에 못 만날 이유가 뭐있는가? 자네는 아주 건강해 보이는데 내년 까지는 충분히 살 수 있어. 걱정 말게나.”

의회에 참석했던 처칠이 급한 볼일로 화장실에 같다. 마침 걸핏하면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는 야당(노동당)의 당수가 먼저 와서 일을 보고 있었다. 처칠은 멀찌감치 떨어져서 일을 보았다.

야당의 당수가 “총리, 왜 날 피하시오?” 하고 묻자.
처칠이 “당신네들은 큰 것만 보면 무조건 국유화하자고 하잖소?”

유머감각이 있다는 것은 배포가 크고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링컨대통령은 영국의 처칠 수상과 더불어 유머감각이 탁월한 지도자다. 두 분은 남북전쟁과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불세출의 지도자다. 갈등을 조정하는 정치력도 사실 넉넉한 배포와 여유에서 나오는 것이다.

링컨의 리더십은 용기, 결단력, 관용과 인내 등으로 점철되어 있다. 남북전쟁까지 치러가며 흑인을 해방시키는 것은 보통의 용기와 결단력으로는 불가능하다. 링컨 대통령이 흑인을 해방시키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버락 오바마 흑인 대통령은 있을 수가 없다. 링컨은 불의를 보면 전쟁도 불사하는 용기와 결단을 가졌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남을 가장 많이 용서하고 최대의 관용을 베풀었다. 그러면서도 유머감각이 풍부하였다. 한마디로 그의 삶 자체가 한편의 감동적인 서사시와 같다.

메마른 한국의 정치상황에서 링컨 대통령의 리더십을 다시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요즘 한국의 정치상황은 관용도, 여유도 없는 마치 닭싸움을 보는 듯하다.

야당은 정치는 하지 않고 생떼만 쓰고 있다. 개혁은 국회서 법을 개정하여 하는 것이다. 대통령 마음대로 하는 군부독재시대가 아니다. 국민70% 가까운 사람들이 지지하는 대통령을 국정원댓글사건을 빙자하여 마치 지난 대선이 부정선거인 것처럼 선전하며 국정원개혁을 명분으로 박근혜 대통령 퇴진운동을 벌이려 하는 것은 착각이다. 착각도 엄청난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링컨이나 처칠이 현재 한국 대통령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아, 이명박 정권에서도 저를 도와주었어요? 저는 이명박 대통령이 저를 싫어하는 줄 알았죠.” 국정원개혁에 대해 “민주당 정권시절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께서 이미 손 다 봐놓은 것 아닙니까? 다음 대통령이 어쩌지 못하도록 대못까지 박아 놓은 줄 알았습니다. 국정원 개혁을 저보고 하라고요? 그러면 민주당이 시청 앞에서 농성할게 아니라 국회에서 국정원법을 개정하여 저를 좀 도와주셔야지요.”라고 하지 않았을까?

정치인은 주장할 건 주장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들이 씽긋 웃을 수 있는, 좀 운치가 있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막힌 것도 푸는 것이 정치인데 사사건건 닭싸움하듯 하는 우리정치가 너무 답답하고 삭막해 보인다.
링컨이나 처칠의 유머러스한 정치 스타일을 한국에서는 볼 수 없을까?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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