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신원식 기자] 대만 밀크티 브랜드 ‘타이거슈가’ 진출 이후 최근 카페 업계에서는 ‘흑당밀크티’ 메뉴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 달부터 쏟아진 메뉴들만 해도 던킨도너츠 ‘블랙버블’, 빽다방 ‘블랙펄’, 드롭탑 ‘블랙슈가 버블티’ 등 이름은 다르지만 흑설탕을 활용한 밀크티라는 점은 같다.

업계 관계자는 흑당밀크티 인기는 작년부터 이어진 대만음식 열풍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작년에는 대만식 샌드위치 ‘홍루이젠’이 우후죽순 생겼다. 홍루이젠은 사업 시작 1년 만에 매장 수 200개를 돌파했다. 대만 샌드위치 열풍에 쥬스 프랜차이즈 쥬시를 비롯해 각 편의점 업계는 비슷한 제품을 출시했다.

지난 2월에는 카페 프랜차이즈가 일제히 딸기를 활용한 음료를 선보였다. 어떤 카페 프랜차이즈를 방문해도 딸기를 주력으로 내세운 신메뉴를 찾을 수 있을 정도였다.

카페 업계 관계자는 “특히 커피와 치킨 등 시장이 포화된 곳에서는 트렌드에 맞는 신메뉴 출시로 매출을 일시적으로 끌어당길 수 있다”며 “SNS(사회관계망서비스)등에서 입소문을 탄 메뉴를 맛보고자 하는 욕구를 비슷한 메뉴 출시로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일제히 비슷한 메뉴를 출시하다 보니 안 하면 오히려 도태되는 경우가 있다”며 “전국민이 좋아하는 딸기 메뉴가 출시되는 2월에는 특히 그렇다”고 덧붙였다.

비슷한 메뉴가 쏟아지는 배경에는 특허 관련 부분도 있다. 음식 특허권은 재료와 구성 비율이 기존과 완전히 다르거나 제조 과정에서 새로운 점이 있어야 인정된다. 이 기준 때문에 음식은 제조 과정과 재료 구성비가 조금만 달라도 다른 메뉴로 취급받는다. 

앞서 지난 2017년에는 네네치킨이 bhc의 뿌링클 치킨이 자사 스노윙 치킨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해당 사안은 네네치킨이 특허권을 인정받지 못하고 작년 6월 패소했다. ‘아이스크림 마카롱’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일제히 미투상품(유사상품)을 출시하기 이전인 2014년 방송 프로그램에 '독창적인 디저트'라고 소개된 제품이었다. 

지속적으로 차별화된 제품을 만드는 것은 어렵다. 신제품 연구 개발에 투자되는 비용은 크지만 맛은 주관적이라 성패를 쉽게 점치기 힘들기 때문이다.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는 어려운데 신메뉴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추려니 미투상품에 기대게 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차별화되지 않은 제품은 매출을 일시적으로 올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나 소비자들에게 널리 기억되지 못한다. 대만식 카스테라와 식빵, 핫도그 등 쏟아졌던 미투상품들은 결국 독보적인 제품 1~2개를 제외하고 금방 사라졌다. 식품·외식업계가 관행에서 벗어나 업체별 차별화된 메뉴를 자주 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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