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유승 금융부 기자.
권유승 금융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권유승 기자] “보험사는 악당, 금융감독원은 영웅인가”

보험업계 한 관계자의 말이다.

금감원이 여론을 의식해서 인지 혹은 책임을 회피하고자 자신들이 마치 정의의 사도인 냥 보험사를 악당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불평이다.

금감원은 금융기관에 대한 감사·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감독기관이기에 보험사 입장에서는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다. 관점에 따라선 금감원이 그만큼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금감원과 보험사는 대립각을 세운 일들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즉시연금, 암보험 요양병원, 자살 보험금 등이 있었다. 

즉시연금 과소지급 사태는 생명보험사들이 가입자들에게 약관상 지급해야 할 연금과 이자를 덜 줬다는 것이 골자다.

암보험 요양병원 입원비 미지급 분쟁은 암보험 약관에 ‘암의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수술·입원·요양한 경우 암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조항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자살 보험금 사태때는 자살이 재해사망에 해당하는지,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지 등을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세 개의 사건 모두 불명확한 약관 문제에서 비롯됐다.

약관에 대한 잘잘못을 따져보자.

보험사는 일단, 불명확한 약관을 사용했다는 것, 한 보험사의 약관을 거의 그대로 베끼는 ‘약관베끼기’ 관행을 떨치지 못했다는 잘못 등이 있다.

금감원의 경우 해당 약관들이 문제의 소지가 있었음에도 문제가 없다고 승인한 근본적 책임이 있다. 보험업계가 문제를 인식하고 약관 개선을 요구했을 때도 수용하지 않았던 책임이 있다.

그러나 논란이 발생하자 몰매를 맞고 있는 건 보험사들뿐이다. 오히려 금감원이 선동하는 모양새다. 금감원은 양측 간 머리를 맞대고 해결점을 찾기 보단 보험사들에 압박을 가하며 ‘백기’를 들게 만들고 있다.

자살보험금 사태의 경우 대법원에서 보험금 청구 시효가 지난 재해사망보험금은 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자살보험금 전부 지급을 거부한 보험사들에 대해 중징계 방침을 내렸다. 즉시연금 사태는 일괄구제 방침을 내세우며 보험사들에게 약관 개정 이전 계약 건에 대한 보험금 지급도 소급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소비자들의 편에 서서 민원 관련 소송을 적극 나서서 지원하기까지 했다.

보험사와 소비자간 분쟁 발생시 당국의 역할은 상호 간 합의점을 찾고 조율하는 것이지 한 쪽의 책임만을 추궁하는 게 아니다.

소비자를 위한답시고 보험금을 몽땅 챙겨주는 게 능사는 아니다. 보험료 인상에 따른 선량한 소비자 피해만 양산할 수 있다.

4월로 예정된 금감원 종합검사에 보험사가 1순위 조사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데, 혹여 보복성 검사가 진행되진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보험사는 ‘악당’, 금감원은 ‘영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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