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산업부 기자
신원식 산업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신원식 기자] 국산맥주에는 깐깐하고 수입맥주에게 느슨했던 맥주 과세 기준이 결국 말썽을 일으켰다. 최근 수입맥주업체 하이네켄코리아는 수입맥주 신고가격 조작 의혹으로 관세청에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네켄코리아의 신고가 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맥주 종량세 전환 논의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현재 맥주 과세체계는 가격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 방식이다.

국산맥주는 제조원가와 국내 이윤, 판매관리비 등을 더한 출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다. 여기에는 광고비용도 포함된다.

반면 수입맥주는 관세를 포함한 수입신고가격을 기준으로 삼는다. 수입신고가격을 기준으로 삼다보니 이후 유통 과정상의 판매관리비와 마케팅 비용은 세금 책정 시 반영되지 않는다. 광고비용까지 세금 책정에 포함되는 국산맥주와 비교된다.

국내 맥주 제조사는 제품 출고까지의 과정과 비용이 세무당국에 투명하게 공개되는 만큼 과세도 명확하게 이뤄진다. 반면 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맥주업체가 국내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국세청에서 본사를 통해 출고가를 제대로 확인하기가 어렵다. 수입맥주업체가 제시한 신고가격을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

현행 주세법 상 수입맥주는 신고가를 낮출수록 세금을 적게 내게 된다. 과세 방식이 이렇다보니 수입맥주업체가 신고가격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는 일까지 벌어졌다. 관세당국의 조사 결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글로벌 기업이 국내 주세법의 허점을 노린 대표 사례로 남게 될 것이다.

현행 종가세 방식에서는 국내 맥주업체들이 수입 맥주업체에 비해 세금을 더 내는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국산맥주와 수입맥주간의 과세표준 차이로 인한 불형평성을 시정하기 위해 주세체계를 종량세로 바꾸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맥주 과세 개편으로 수입맥주 가격이 오를 것으로 우려한 일부 소비자들의 반발로 개편이 지연됐다.

수입맥주가 ‘500㎖ 4캔에 만원’을 앞세워 국내시장해서 득세할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도 국산맥주에 비해 세금을 덜 내면서 가격경쟁력을 갖게 됐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수입맥주는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맥주시장에서 입지도 넓혀가고 있다. 무역협회 통계자료를 보면 2018년 맥주 수입액은 2015년에 비해 94% 증가한 3억968만달러(약 4천452억원)를 기록했다. 수입맥주 규모가 3년새 2배로 증가한 것이다.

반면 작년 국내 맥주시장은 2015년에 비해 13% 감소했다. 국내 맥주 업체가 수입맥주와의 역차별을 호소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4캔에 만원’인 수입맥주는 분명 소비자 입장에서 매력적이지만 이것이 기울어진 운동장에 의해 생긴 차별이라면 바로잡아야 옳다.

그래야 ‘4캔에 만원’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만큼 품질이 향상된 국산 맥주를 마시게 되는 날이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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