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박수민 기자] “올리브영에서 화장만 고치고 갈게”
올리브영 매장 앞을 지날 때면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올리브영뿐만이 아니다. 대개 화장품 매장은 더 이상 단순 판매공간이 아니게 됐다.
화장품업체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너도나도 메이크업 존을 만들었다. 체험형 매장을 표방한 이 매장들을 향한 소비자의 인식도 ‘화장을 고치러 들르는 곳’으로 굳혀진 듯 하다.
보통 화장품매장에는 메이크업 존이 마련돼 있지 않더라도 각 상품을 구매 전에 먼저 체험해볼 수 있는 견본품들이 마련돼 있다. 흔히 ‘테스터 화장품’이라고 말한다.
화장품업체들은 테스터 제품을 통해 고객 유치 효과는 맛봤지만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많은 이용자를 거치다 보니 위생 관리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매장 테스터 화장품을 사용한 후 구순염에 걸렸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구순염은 주로 입술 주위에 피부 껍질이 벗겨지거나 부어오르고 수포가 생기는 증상이다. 주로 불청결한 립스틱이나 크림 등을 발랐을 때 생긴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소비자원은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에 위치한 16개 매장의 42개 테스터 화장품을 대상으로 비치·표시상태 및 미생물 위생도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13개 매장(81.3%)에서는 아이섀도 제품을, 9개 매장(56.3%)에서는 고체형 제품(립스틱)을 뚜껑이나 덮개 엎이 개봉된 상태로 비치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제품을 위생적으로 테스트해 볼 수 있도록 일회용 도구(브러시 등)을 제공하는 곳은 1개(6.3%) 매장에 그쳤다.
조사대상 테스터 화장품 42개 중 14개 제품(33.3%)에서는 기준치를 초과하는 미생물이 검출됐으며 일부 아이섀도, 립제품에서는 염증 유발균으로 알려진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되기도 했다. 알고 사용하기엔 찝찝한 감이 없지 않다.
한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테스터 화장품은 발색, 질감 등을 확인하기 위해 손목이나 손등 부위에 확인하는 용도”라며 “얼굴에 직접 화장하는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한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위생 불량이 업체만의 과실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뚜껑이 잘 닫힌 채로 비치돼 있던 일부 제품(특히 마스카라, 립 등 액체형 제품)에서도 기준을 초과하는 미생물이 검출됐다. 이를 두고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소비자원은 테스터 제품 이용자에 의한 교차오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두 기관은 테스터 화장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눈·입술 부위에 직접적인 사용은 자체하고 사용자들 간의 교차오염 방지를 위해 일회용 도구를 이용해야 한다”며 “제품에 기재된 개봉일자나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테스트 후 최대한 빨리 제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화장품 위생 문제에 대한 이슈가 한 차례 지나갈 때면 소비자들은 기업의 책임에만 주목한다. 물론 제품의 문제를 소비자가 책임지라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 마련된 것인 만큼 테스터 화장품에 대해서는 소비자도 책임감 있는 위생 의식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