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희 두레정치연구소 대표
한창희 두레정치연구소 대표
2013충주 세계조정선수권대회가 8월24일 개막식을 필두로 9월1일까지 충주탄금호 국제조정경기장에서 열리고 있다.

수영이 물에서 달리기를 하는 거라면 조정은 물위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다. 온 몸 운동이 된다. 물을 오염시키는 일도 없다. 오히려 고인 물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조정은 그야말로 선진국형 스포츠다. 유럽에서는 조정이 인기 스포츠 종목중의 하나다.

우리나라도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만큼 조정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가질 필요가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조정의 불모지나 다름없다. 열악한 환경의 미사리 조정경기장이 하나 있을 뿐 사실 국제대회를 치룰 만한 국제 조정경기장이 없었다. 이번에 충주에서 세계조정선수권대회가 열리는 것을 계기로 우리나라에도 조정 붐이 일어날 것만 같다. 충주가 명실상부하게 조정과 수상스포츠의 메카로 부상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필자가 충주시장시절 일이다. 세계무술연맹 사무총장을 공모하는데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외무고시에 합격, 외무부에 근무하였던 엘리트가 응모하였다. 격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인 필자가 직접 면담을 하였다. 사무총장으로 채용하면 최소한 2년은 근무할 것을 다짐받고 채용하였다. 이 사람이 아시아 조정선수권대회를 유치하자고 제의, 각고의 노력 끝에 아시아 조정선수권대회를 조정의 불모지 충주에 유치하게 된 것이다.

후임 김호복 시장이 아시아조정선수권대회를 성공리에 개최하고, 한발 더 나아가 세계조정선수권대회를 유치하였다. 오늘날 충주에서 세계조정선수권대회가 열리게 된 데는 전임충주시장들의 숨은 노력이 담겨있는 것이다.
마침 초, 중, 고교를 충주에서 다닌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개회식에 참석하여 대회가 무척 빛이 났다.

세계조정선수권대회 덕분에 동서고속도로 음성-충주구간이 앞당겨 개통되고, 시내 우회도로와 북충주IC-칠금동 진입도로 확포장도 조기에 완공되어 충주가 몰라보게 좋아졌다. 충주시민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대회 조직위원장은 충북도지사다. 이번 대회는 사실상 충북도에서 주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집행위원장은 충주시장이다. 도지사는 민주당이다. 충주시장은 새누리당이다. 대회를 개최하며 도지사와 시장의 갈등이 노출되었다. 초청장에 집행위원장은 빼고 조직위원장만 들어갔느니 조직위원장 방을 집행위원장이 사용하려고하니 막았다느니 볼썽사납고 창피스러운 기사가 지방언론에 보도되었다.

임명직 시절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직속상관인 도지사에게 시장이 감히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일이다. 당만 같아도 이런 문제는 야기되지 않았을 것이다.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배제를 주창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시장이나 군수등 기초지자체는 사실 정당공천이 필요 없다. 정당공천이 없으면 시장이 도지사나 국회의원과 갈등관계를 가질 필요가 없다. 협력관계다.
시장이 도지사와 당이 다르기 때문에 공천을 준 당의 눈치를 보느라고 도지사와 협력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氣)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도지사와 시장은 고교 선후배사이고 고향도 같다. 시장이 되기 전에는 아주 친한 사이였다. 이런 사람들이 소통이 되지 않고 갈등이 있는 것은 바로 정당공천 때문이다.

다행히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후보와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공약하였다. 이를 뒷받침하듯 새누리당은 지난 4월 재보궐선거에서 기초선거 후보자를 무공천하였고, 민주당은 전당원 투표를 거쳐 기초선거 정당공천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하였다. 이제 입법절차만 남았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입법화 되리라 본다.

기초지자체는 정당을 초월하여 지역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산실이 되어야 한다. 정당이 개입하여 시장이나 군수가 도지사, 국회의원과 갈등관계를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충주 세계조정선수권대회에서 도지사와 시장의 미묘한 갈등관계가 반면교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하루속히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가 입법화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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