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 금융팀장.
김영 금융팀장.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지주가 연말인사에 있어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안정을 택했다면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은 파격을 단행했다.

지난달 19일 KB금융은 임기 만료를 앞둔 7개 계열사 대표이사에 대한 후임 인사를 단행하며 4개사 대표를 신규 추천하고 3개사는 연임을 결정했다. 28일에는 지주 내 부문장직 신설과 함께 허인 국민은행장 등 주요 계열사 대표가 부문장직을 겸직한다고 밝혔다.

KB금융의 이번 인사에 대해 업계에선 '안정에 방점을 둔 인사'라는 평이 나온다. 적당한 선에서 변화를 주면서도 내부 승진에 무게를 둔 무리하지 않은 인사라는 설명이다. 계열사 CEO에게 고유 업무 외 그룹 공통 업무를 맡긴 것을 두고선, 차기 회장 후보로서 자질 육성에 나섰다는 의견도 나온다.

같은 달 21일 나온 신한지주 연말인사는 파격 그 자체였다. 연임설이 유력하게 제기돼 온 위성호 신한은행장 포함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생명 등 주요 자회사 CEO가 뜻밖의 인물들로 대거 교체됐다.

신한지주는 역대급 인사를 단행한 것과 관련 '세대교체'를 이유로 언급했는데, 업계의 시각은 이와 상당히 다르다. 조 회장 친정체제 구축과 이를 위한 전임 회장 라인 제거를 파격 인사의 이유로 보는 이들이 상당하다. 신한생명에 대해선 피인수 기업인 오렌지라이프 정문국 대표를 차기 CEO로 내정, 향후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돈다.

KB금융과 신한지주 연말인사 관련 차기 경쟁에 주목해야 할 것이란 의견도 상당하다.

KB금융이 허인 행장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CEO의 조직 내 위상을 크게 높이며 차기 후보들간 자연스런 업무경쟁 분위기를 조성한 것과 달리, 신한지주의 경우 예비 회장 후보자들의 대거 전선 일탈로 조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비약적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KB금융이 자연스럽게 윤 회장 이후 준비에 착수한 반면 신한지주에서는 회장 직을 둘러싼 잡음이 확대될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금융지주 선두경쟁 중인 두 금융그룹의 연말인사가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신한지주 인사에 대해 대대적 물갈이가 조직 내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 보는 의견도 존재한다.

국내 금융사들의 경우 ‘주인 없는 회사’라는 태생적 한계 탓에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향후로도 이 같은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KB금융의 안정적 변화와 신한지주의 파격 선택 중 어느 쪽이 더 합리적 결과로 이어질지 지켜보는 일은 그래서 더욱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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