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명갑 산업부 기자
진명갑 산업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진명갑 기자] ‘나심비’라는 신조어가 있다. ‘나’만 만족하면 아무리 비싸도 원하는 제품을 산다는 의미가 담긴 말이다.

LG전자가 지난 1일 출시한 ‘오브제’는 이런 나심비를 겨냥한 제품이다. 오브제는 LG전자가 가전(家電)과 가구(家具)를 결합했다며 내놓은 브랜드다. 가습공기청정기와 냉장고, 오디오, TV로 구성됐다.

LG전자는 “예술작품 또는 인테리어의 일부가 돼 그 공간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준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예술성에 집중해서일까. 가성비는 크게 신경쓰지 않은 느낌이다. 청정면적이 약 6평인 가습공기청정기와 40리터 냉장고의 가격은 199만원이다. 2.1채널에 160와트 출력을 가진 오디오는 149만원, 65인치 LCD TV는 999만원이다.

실용성도 비슷한 느낌이다. 오브제 가습공기청정기와 냉장고 상단에는 스마트폰 무선충전 기능이 있다. 실용적인 면은 그게 전부다.

또 가습공기청정기는 6평짜리 청정면적을 가진 제품치고 사이즈가 크다. 공기청정기에 가구의 기능이 더해져 사이즈가 커졌다.

그렇다고 가구로서의 기능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가구의 기능이라고 해봐야 서랍장 없는 선반정도가 전부다.

주문제작으로 개성을 살린다고 했지만 소비자가 고를 수 있는 것은 색상 뿐이다. 그런데 배송까지 3주일이 걸린다.

무엇보다 가격이 부담스럽다. 40리터 냉장고가 199만원이다. 아무리 프리미엄 가전이라고 하지만 이 제품을 구매하려면 나심비가 많이 필요해 보인다.

또 오디오는 가구와 융합된 부분이 어딘지 도통 알 수가 없다. 큰 직육면체 오디오에 호두나무 다리가 달린 것이 전부다.

LG전자는 이 제품에 대해 “호두나무 원목 다리로 모던한 협탁을 보는 듯한 인테리어 효과를 연출한다”고 홍보했다. 호두나무 원목 다리만으로 어떤 인테리어 효과를 갖는지 묻고 싶다.

TV의 가성비도 무시무시하다. 오브제TV는 LCD 모니터임에도 가격이 999만원에 달한다. ‘LG 시그니처’의 65인치의 OLED TV가 800만원대라는 것은 감안하면 기술을 뛰어넘는 가격인 셈이다.

오브제TV 뒤쪽에 달린 수납장은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

권봉석 LG전자 HE사업본부 사장은 “오브제TV를 기획할 때 LCD TV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공간이 무엇일까라는 고민으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권 사장의 고민 덕에 LG전자는 점점 얇은 TV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에 34cm의 두께를 선사했다.

LG전자가 단순히 고급화가 아닌 제품 본질 향상으로 ‘야심작’인 시그니처 브랜드로 성공을 거뒀다는 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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