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명갑 산업부 기자
진명갑 산업부 기자

2009년 11월 애플의 ‘아이폰3GS’가 한국에 처음 출시됐을 때 문자메시지가 채팅방 형식으로 정리된 인터페이스는 충격이었다.

당시 다른 제조사들의 핸드폰에서는 볼 수 없는 인터페이스였다. 그것 하나만으로 ‘사용자 중심의 개발’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의 핸드폰 제조사들의 방향은 조금 달랐다.

한국의 제조사들은 CPU 성능이나 카메라 화소 등 하드웨어에 집중한 스마트폰을 쏟아냈다.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는 개발이었다.

대표적인 게 LG전자의 G2와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7이다.

LG전자는 베젤을 최소화한 ‘베젤리스’ 디자인의 G2를 출시했다. 하지만 액정부분에 미세한 손상만으로 액정 전체가 먹통이 됐고 수리를 위해서는 10만원 넘게 지불하고 액정 전체를 교체해야만 했다. 소비자들의 원성을 산 포인트다.

삼성전자는 배터리를 혁신적으로 확장시켰다며 3천500mAh가 탑재된 ‘갤럭시노트7’ 출시했지만 연이은 폭발사고로 출시 60여일만에 생산을 중단했다.

완성도와 최적화는 최근 하드웨어의 발전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완성도와 최적화로 성과를 낸 대표적인 스마트폰은 중국 화웨이가 지난 4월 출시한 ‘P20 프로’다.

이 제품은 삼성·LG전자의 플래그쉽 모델 보다 전체적인 사양이 낮지만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인 EMUI 8.1이 적용돼 빠른 반응속도와 최적화를 지니고 있다.

특히 동영상 감상 시 방향에 따라 사운드 출력 방식이 자동 변경되는 것은 가로방향 시청 시 사용자의 손이나 책상, 거치대 등이 사운드 출력을 방해한다는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사용자 중심 개발의 진수였다.

이 덕분에 P20 프로는 중국에서 판매량 1위를 달리고 있으며 화웨이는 애플을 제치고 4~6월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2위에 올라 1위인 삼성전자의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시장변화를 감지한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24일 정식출시하는 ‘갤럭시 노트9’에서 S펜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블루투스 기능을 탑재하고 리모컨처럼 원거리에서 사진을 촬영하거나 프레젠테이션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어떤이에게는 없어도 그만인 막대기에 불과했던 S펜의 혁신적인 변화다.

저장용량이 크고, 카메라 화질이 좋은 스마트폰은 더 이상 사용자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없다.

자동차가 과거 단순한 이동수단에서 때로는 인간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도구로 변화했듯이 이제는 한국의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진정한 사용자 중심의 개발을 통해 시장 변화를 선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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