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높아지는 공제실적 '목표'...'급여 자폭' 급급

금융부 안소윤 기자
금융부 안소윤 기자

[현대경제신문 안소윤 기자] 은행원들의 높은 급여 수준이 알려지면서 세간이 떠들썩한 가운데 신입행원들은 ‘그사세(그들이 사는 세상)’일 뿐이라며 하소연 하고 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한국씨티은행,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이 지난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동안 은행원들이 받은 금여 총액(1~6월 중 근로소득지급명세서 근로소득 기준, 임원 제외)은 평균 4천75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 늘어난 수준으로, 2013년 19.1% 인상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하반기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은행원 평균 연봉은 1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원들이 상반기에만 지난해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1인당 평균 연봉(4천222만원)을 넘어서는 급여를 받았다는 사실에 일각에선 은행이익은 가계·기업 수익을 이전한 것으로 과도한 보수는 옳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신입행원들은 억울함을 토로한다.

해마다 올라가는 연금, 보험 등 공제상품 실적 목표와 강도 높은 압박으로 인해 급여는 상품가입 돌려막기에 쏟아 넣는데 급급하다며 ‘고(高)연봉’은 자신들에겐 해당되지 않는 먼 얘기라는 주장이다.

한 은행 직원 A씨는 “다닐수록 늘어나는 공제 목표 실적으로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가족이나 지인 명의의 통장에 사비를 털어 넣는 이른바 ‘자폭’ 액수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은행원들의 급여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고는 하는데 그만큼 커지는 자폭 부담으로 인해 수중에 들어오는 돈으로 체감되는 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직원 B씨 역시 “지점의 규모가 크면 큰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1인당 공제 목표가 크고 압박이 심한 것은 다르지 않다”며 “할당량을 위해 급여 돌려막기를 하지 않기 위해선 고객을 마구잡이식으로 유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은행 간, 나아가 지점 직원 간 경쟁도 치열하다보니 급할 땐 일단 고객을 가입부터 시켜놓고 사후에 동의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 불완전판매 우려가 크고 불완전판매로 걸릴 경우 실적에서 차감되는 점수가 상당히 커 결국 (자신의) 급여로 할당량을 채우게 된다”고 토로했다.

은행의 고수익은 현장과 본점 직원들이 과도한 영업 경쟁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하반기 은행원들의 실적 압박 및 과당 경쟁을 유발하는 은행 핵심성과지표(KPI)를 손보겠다고 예고했다. 단기 실적 위주의 KPI는 직원들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금융 공공성을 약화시킬 뿐이다.

금감원과 은행은 이제라도 KPI를 단순화하고 고객에게 상품가입을 권유, 독려한 직원을 파악하는 용도로 적용하고 있는 상품 판매 시 ‘직원번호 선택 기입’ 항목이 폐지, 영업의 자율성을 인정해 행원들의 부담을 덜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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