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거부 판정 받은 게임이 1개월 만에 전체이용가로 ‘번복’

▲ 진명갑 산업부 기자
▲ 진명갑 산업부 기자

지난 6월 29일 바른미래당의 장정숙 의원과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 주관으로 여의도 국회에서 ‘사행성 게임으로부터 이용자 보호를 위한 국회 포럼’이 개최됐다. 게임위가 적극적으로 이용자보호에 나서겠다는 취지였다.

포럼 며칠 뒤인 7월 초, 제주 서귀포시에서 불법 사행성 게임을 운영하던 게임장 한 곳이 경찰에 적발됐다. 해당 게임장에서 불법 사행성 게임물로 적발된 게임은 ‘고래성’이다. 이 게임은 게임위로부터 전체이용가등급 판정을 받은 게임이다.

게임위는 매주 수요일 게임물등급 판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 중 전체이용가등급 판정을 받은 게임 중에는 불법 사행성게임으로 적발된 ‘고래성’ 또는 ‘바다이야기’와 유사한 형태의 게임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전체이용가등급 판정을 받은 게임들이 불법 사행성 게임으로 경찰에 적발될 정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지만 게임위는 여전히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본지 취재 과정에서도 게임위의 한 관계자는 “유사한 게임들이 불법운영으로 적발된 사례와 또 적발될 수 있다는 우려만으로는 해당 게임류에 등급분류거부 판정을 줄 수 없다”고 답했다.

얼마 전만 해도 적극적으로 이용자보호에 나서겠다고 밝혔던 입장과 달리 이용자보다는 게임 운영업체의 눈치를 보며 등급 판정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듯한 모양새다.

게임위의 표현을 빌려 사행성 게임으로 변질 될 ‘우려’가 있다고 여겨지는 한 게임은 지난 6월 등급분류거부 판정을 받았으나 7월 초에는 전체이용가등급 판정을 받았다.

사행성이 있거나 형법·정보통신망법·저작권법·전자금융거래법·주민등록법·전자서명법·전자상거래법·청소년보호법 등에 의해 규제 또는 처벌대상이 되는 경우에는 게임법 제22조 제2항에 의해 등급분류거부 판정을 받게 된다.

등급분류세부기준을 보면 전체이용가등급을 받으려면 선정적 내용, 폭력적 요소, 범죄·약물 내용, 저속어·비속어, 사행성 요소가 모두 없어야 한다.

1개월새 등급분류거부에서 전체이용가등급으로 판정이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하지만 어떤 내용이 개선되고 수정됐는지에 대해서는 확인을 할 수가 없다. 해당 게임이 등급분류거부 판정을 받았던 지난 6월 기록에서도 등급분류거부판정 사유 확인은 불가능하다.

게임위 관계자는 “특정게임의 등급분류 거부판정은 신청자의 업무상 기밀에 해당하기에 공개가 불가능하다”며 “다시 전체이용가등급 판정을 받아 개선된 부분 역시 같은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용자 보호와 국민의 알권리보다는 사행성 게임류를 개발하는 업체의 업무기밀을 더 중시하는 듯하다.

취재 도중 한 개의 게임을 두 개의 명칭으로 같은 날 전체이용가등급 판정을 받은 사례도 확인됐다. 해당 게임은 게임의 방식과 내용뿐 아니라 신청자 역시 동일했다.

박성규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 회장은 “똑같은 형태의 게임을 다른 이름으로 신고하고 등급 분류판정을 받은 게임은 불법 사행성게임일 확률이 거의 100%”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A라는 한 개의 게임을 B와 C로 이름만 다르게해 각각 허가를 받는다. 이후 업장에서는 B게임을 먼저 운영한 뒤 B게임이 적발되면 C게임으로 대체해 운영하는 수법으로 사행성게임 개발자들이 종종 사용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게임산업이 모바일과 PC게임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일본과 홍콩 등에서는 아케이드 게임산업이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아케이드 게임산업은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최근 ‘뽑기방’, ‘VR게임방’ 등 새로운 콘텐츠로 아케이드 게임산업은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지만 게임위의 허술한 등급분류 판정으로 인해 병들어가고 있다.

지난 8일 이재홍 숭실대 교수가 게임위 제3대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이재홍 신임 위원장은 게임물등급위원회 등급재분류자문위원, 한국게임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이 위원장을 필두로 게임위가 적극적으로 이용자 보호에 앞장서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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