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렬 금융부 기자
김경렬 금융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김경렬 기자]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회사채(ABCP)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가 발생한지 두 달여가 지났다. CERCG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 역시 크로스디폴트 조항에 의거 1천650억원의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이번 사태 관련 업계에선 국내 투자를 중개한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책임론과 함께 투자결정의 기초자료가 된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논란이 일고 있다.

CERCG 디폴트가 발생하기 3일 전 나이스신용평가에서 이 회사에 대한 신용등급을 A20으로 책정했고 그로부터 20일 후 신용등급을 C로 하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최초 A20등급을 부여 받게 된 배경과 함께 첫 신용평가 후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신평사 자체 기준으로 8단계나 등급을 하향 조정한 것 모두 이해되지 않는 처사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A20은 기업의 회사채에 디폴트가 발생할 우려가 대단히 낮을 경우 매기는 등급으로 투자 안정성을 보장한다고 볼 수 있다”라며 “20일이란 짧은 기간 사이에 A에서 C로 등급조정이 이뤄진 것은 근 10년간 유례없는 일”이라고도 지적했다.

이에 업계에선 나이스신평의 신용평가 기준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나 사측은 내부 사정을 이유로 기준 공개를 꺼리고 있다. 또 CERCG 등 중국기업의 경우 평가 체계가 국내 기업과 다르다는 점만 강조해오고 있다.

다만 나이스신평 리포트 내용을 참조해 볼 때 북경시상무국이 지분 100%를 보유한 중국부래덕실업공사가 CERCG의 지분 49%를 보유 중이고 이를 근거로 나이스신평이 CERCG를 국영기업으로 판단했던 것이 이번 등급 파문의 원인으로 유추해 볼 수는 있겠다.

지분율 등을 고려 중국 정부의 지원 가능성이 있는 기업으로 판단했고 디폴트 등 최악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해 높은 등급을 부여했다가, 이후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발하자 서둘러 등급을 하향 조정했을 것이란 추론이다.

그리고 이는 나이스신평의 기업평가가 회사 내부사정 검토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이뤄지지 않았을 수 있다는 의문으로도 이어진다.

나이스신평은 디폴트 논란이 불거진 뒤 대처에 있어서도 책임 떠넘기기 발언 등을 통해 아쉬움을 남겼다.

나이스신평은 리포트를 통해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을 CERCG ABCP 국내 발행 ‘주관사’로 오기했다. 주관사일 경우 디볼트 상황에 따른 책임이 중개사일 때보다 커질 수 있다.

투자의 기본은 신용평가에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투자자들은 신뢰할 수 있는 정보에 움직이기 마련이다.

자체적인 평가기준 없이 신평사 신용등급만 보고 투자를 결정한 증권사에게 이번 사태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신평사 신용평가가 불신의 대상이 되어선 안된다.

신용평가는 기관의 신뢰감에 걸 맞는 자료 분석과 검토 절차를 갖춰 투자자들의 건전한 투자를 도와야 한다. 이번 사태처럼 신용평가에 문제점이 발생했다면 제대로 된 해명과 사과, 책임감 있는 태도 역시 필요하다.

그래야만 투자자들이 추후 신용평가사가 제공한 정보에 대한 신뢰감을 잃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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