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민 산업부 기자
박수민 산업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박수민 기자] 패션업계가 짝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제품 자체도 문제지만 약자의 탈을 쓰고 큰소리 내는 '짝퉁업체'에 더 기가 찰 노릇이다.

최근 패션시장에 명품뿐 아니라 SPA, 골프웨어, 아웃도어 등 종류를 막론하고 짝퉁 제품이 판치고 있다. '뜨면 베낀다' 식으로 제조된 이 제품들은 정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온·오프라인을 통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짱구 잠옷'이 있다. 이랜드는 국내에서 짱구는 못말려 판권을 갖고 있는 대원미디어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이 제품을 출시했다. 짱구 잠옷은 온라인은 물론 대학가 상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눈에 띄는 제품의 대부분이 정품이 아닌 가품이라는 점이다.

이로 인해 정식 기획·출시한 업체들은 야심차게 준비한 제품이 낮은 질과 가격으로 복제돼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되고 지식재산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등 피해를 입고 있다.

하지만 더 골칫거리는 당장의 피해보다 되레 큰 소리를 치는 짝퉁업체다.

이들은 약자 코스프레를 하며 판권을 갖고 있는 기업의 윤리적 책임을 문제삼는다. 짝퉁제품을 만들어 팔아 다른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했으면서도 오히려 이를 문제삼는 기업에 대해 약자의 먹거리를 독점하는 대기업의 횡포라고 몰아세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짝퉁업체에 강경하게 대응하려고 하면 갑질한다는 소리가 나온다”며 “신고를 해도 과태료를 물고 수익을 챙기겠다는 태도”라고 말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대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모든 기업은 산업의 발전과 경제 성장을 위해 이윤을 추구하는 한편 각자의 사회적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짝퉁업체는 대기업의 갑질을 논하기 이전에 당사의 법적, 윤리적 책임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

약자가 선인 것처럼 비춰지는 언더도그마(Underdogma) 뒤에 숨어 역갑질을 하고 있는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