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분석이 쟁점…“거리제한 등 상생방안 찾아야”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동종업계 A편의점 점포가 같은 건물에 입점 준비에 들어갔다는 소식에 기존에 영업하던 B편의점 점주가 호소문을 점포 외부에 내걸었다. <사진=장은진 기자>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동종업계 A편의점 점포가 같은 건물에 입점 준비에 들어갔다는 소식에 기존에 영업하던 B편의점 점주가 호소문을 점포 외부에 내걸었다. <사진=장은진 기자>

[현대경제신문 조재훈·장은진 기자] 편의점 점포수가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근접 출점 사례도 늘고 있다. 하지만 현행 법규나 관련 제도상 점포 간 거리를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편의점 간 갈등도 종종 불거진다. 편의점업계 안팎에서는 이같은 문제에 대한 현실적 해법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90년대 말까지는 편의점협회 사장단회의에서 만들어진 ‘근접출점자율규약’이 존재했다. 근접출점자율규약에는 ‘상권보호를 위해 80m이내 동종업체인 편의점 출점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00년 근접출점자율규약을 ‘부당한 공동행위’로 지정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당시 ‘근접출점자율규약’이 있었고 편의점사업이 성장세였던 덕분에 최근 점포 간 근접출점 문제와 같은 수준의 사회적 논란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 모범거래기준안을 재차 마련해 도보거리 250m 이내 편의점 출점을 금지하려 했으나 이 기준안도 2014년 백지화됐다.

점포 간 거리를 법률적으로 제한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이 가운데 근접출점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편의점 업체들의 근접 출점 논란핵심은 상권 분석에 있다. 업체마다 상권을 어떤 식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접근 방식이 달라진다.

28일 기준 서울시 마포구 일대(약 600㎡ 면적)에 편의점들이 빼곡히 자리잡고 있다. <사진=네이버지도 캡쳐>
28일 기준 서울시 마포구 일대(약 600㎡ 면적)에 편의점들이 빼곡히 자리잡고 있다. <사진=네이버지도 캡쳐>

동종업계라도 상권 분석을 ‘복합상권’으로 분석했느냐가 중요한 출점 지표로 쓰인다. 기존 출점된 편의점이 복합상권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의견 충돌이 나올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해 부산 송도지역에서는 새로 출점하는 세븐일레븐이 해당 지역을 ‘복합상권’으로 분석해 출점했지만 경쟁사 점포의 반발로 인해 철수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최근 발생한 서울 용산 푸르지오써밋 근접출점 논란도 마찬가지다. 이 경우 건물 내 주거지역과 HDC아이파크몰, 용산역 상권까지 합쳐 복합상권으로 판단된 경우와 미분양 상가를 포함한 주거지역 상권으로 판단된 경우로 편의점 양사의 입장이 갈렸다.

기존 영업점의 경영주는 해당 건물의 매장 17곳 가운데 8곳이 미분양이라 유동인구가 많이 않은 중소상권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영업점 경영주 조모씨(여·55)는 “매장 매출의 70%가 건물에 근무하거나 오피스텔에 주거하는 고객들이 구매하는 것”이라며 “근접출점 하다하다 못해 같은 건물에 동일업종을 입점 시키는 행태는 점주보고 죽으라는 얘기”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처럼 기존점포와 신규점포의 상권분석이 다른 경우 갈등으로 번질 수 있지만 실질적 대책방안은 미미한 상태다. 법률적 규제 없이 업체에서 내놓은 상생정책만으로 근접출점을 제한하기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서울 용산 센트럴, 서울 강남 도곡동, 전북 전주시 서산동 등 근접출점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거리에 일정 제한을 두면 다른 편의점을 열려는 점주의 사유 재산 행사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가 돼 문제가 복잡하다”며 “사유 재산 행사 권리를 하지 못하는 피해자를 만들지 않으면서도 거리 제한을 둘 수 있는 상생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간 근접 출점이 발생하는 이유는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해 진입장벽이 낮다는 장점과 다른 가맹사업보다 운영·관리가 좀 더 수월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의 ‘경제총조사 확정결과’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교육서비스업 제외)는 2015년 18만1천개로 지난 2012년 대비 22.9% 늘었다. 이중 편의점이 2만9천628개로 전체의 16.4%를 차지한 바 있다.

연 평균 매출도 편의점이 4억2천970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이후 커피전문점 1억6천120만원, 치킨전문점 1억3천58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평균 매출이 치킨전문점보다 3배 이상 많아 창업자들이 몰리고 있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계상혁 회장은 “편의점이 유독 많이 증가하는 이유는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지만 위약금 문제 등으로 폐점하기는 어렵다”며 “기존 점포에 신규점포까지 추가되면서 포화상태에 이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래도 최근에는 최저임금 상승으로 증가세가 많이 둔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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