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유승 금융부 기자
권유승 금융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권유승 기자] ‘상담만 해도 경품 증정’

보험판매 홈쇼핑에서 한 번쯤 봤을법 한 문구다. 상담만 해도 경품을 준다니 상품 가입에 관심이 없는 고객들도 솔깃할 제안이다.

‘00보험 단돈 00백원’

저렴한 보험료로 간단한 보장을 제공하는 이른바 미니보험. 파격적인 보험료로 일단 한 번 들고 보자는 가입자들도 적지 않다.

이쯤 되면 의문이 생긴다. ‘보험사들이 남는 게 있나?’

남는다. 정책성 보험이 아닌 이상 보험사들은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수익 구조는? 고객 정보 확보다.

물론 보험 상품 판매가 보험사들의 최종 목적이다. 다만 이 같은 마케팅은 또 다른 상품 판매를 위한 고객 DB확보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전해진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고객이 미니보험을 가입함으로써 고객 신상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며 “실상 미니보험으로는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 또 다른 상품 가입을 위한 미래 고객 확보 차원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 정보는 보험사들에게 귀중한 자산이다. 이 정보는 당장의 수익을 보장하진 못하더라도 TM채널 등을 활용한 영업에 큰 도움이 된다.

보험사들의 이 같은 전략이 불법은 아니다. 홈쇼핑 보험 상품 상담을 통한 고객 DB 확보도 고객들의 동의를 받고 진행한다.

문제는 고객들이 자신들의 정보가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고객들이 약관을 자세히 읽고 동의하는 경우는 4%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고객 정보의 유출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이미 카드사는 물론 저축은행 등 여러 금융권에서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일어난 바 있다.

보험은 미래에 예측할 수 없는 재난이나 사고의 위험에 대비하고자 생긴 제도다. 보험을 가입함으로써 또 다른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보험사들은 과도한 고객 정보 확보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고객과의 신뢰가 가장 중요한 산업인 만큼 ‘미끼’에 치중하기보다 보험 그 자체에 집중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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