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훈 산업부 기자
조재훈 산업부 기자

커피를 파는 프랜차이즈 빵집이 있다. 커피가 맛있기로 유명한 빵집이다. 이로 인해 빵 보다는 커피를 보고 가맹점을 여는 사장님이 늘어났다. 이 덕분에 커피에 특화된 비슷한 빵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커피가 많이 팔리자 가맹본부는 빵집에서 커피숍을 따로 빼내서 운영하기로 결정하고 커피숍을 본사 100% 직영점으로 개설했다.

빵집이 있는 같은 건물에도 커피프랜차이즈가 들어섰다. 본사의 수익은 늘어났다. 반면 빵집 가맹점주는 상대적인 피해를 입었다. 빵집에서 팔던 커피는 팔리지 않게 됐다. 바로 옆에 커피전문점으로 손님이 몰리는 상황에 처했다.

가맹본부는 계열사를 통해 점포를 늘려나갔다. 한 회사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면 점주들에게 욕을 먹을 게 뻔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일종의 편법인 셈이다.

가맹점주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빵집의 장점을 본사가 가로채갔다는 게 점주들의 주장이다.

편의점업계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위드미에서 이름을 바꾼 이마트24다.

이마트24 인천 마전점이 위치한 건물에 노브랜드 직영점이 들어선다. 노브랜드 직영점은 이마트가 운영하는 점포다. 점포간 거리는 불과 15m다. 마전점 점주는 졸지에 신세계그룹과 경쟁하게 된 셈이다.

이마트24와 가까운 노브랜드 직영점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소송도 8건 이상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24로 공급되는 노브랜드 제품도 줄고 있다. 초콜릿 등은 노브랜드 직영점이 아니면 찾아보기 힘들다. 몇몇 경영주들은 근처 노브랜드 직영점에 가서 물건을 조달해 판매하고 있다. 물건을 받지 못해 직영점에서 구매해 재판매하고 있는 셈이다.

이마트24는 위드미란 이름을 지금처럼 바꾸며 ‘공유형 편의점’이란 타이틀을 강조했다. 본사와 경영주가 수익을 공유하는 상생혁신 모델이라는 게 핵심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상생이 아니라 자금력과 법률 지식으로 무장한 대기업의 소상공인 압박에 가깝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24를 새로운 주력 사업으로 키울 계획이다. 상생을 외치던 신세계가 이마트24를 주력사업으로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진정한 상생의 의미를 다시한번 되짚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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