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 금융부 팀장
김영 금융부 팀장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시중은행이 해외에서 하는 사업이 우리와 다를 게 뭐가 있나? 어차피 해외에선 고리대 신용대출 말고는 할 게 없다. 거기서는 시중은행들이 저축은행이다”

최근 만난 한 저축은행업계 관계자 A씨의 발언이다. 저축은행을 바라보는 세간의 편견에 대한 하소연이자, 이른바 제도권 금융이라는 시중은행 역시 해외에선 저축은행과 별단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었다.

신년사를 통해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크게 두 가지를 강조했다. 4차산업혁명 도래에 따른 완벽한 디지털 체제로의 전환 및 국내 시장의 성장 한계 속 글로벌 무대에서 영역 확대다.

특히 글로벌 무대 진출은 저성장 기조에 접어든 국내 시장 특성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A씨의 지적처럼 시중은행들의 해외 활동상을 살펴보면 세계화의 큰 그림 아래 현지화에 성공한 글로벌한 은행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딱 국내 저축은행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지 진출 우리 기업과 교포 및 유학생 대상 영업 외에는 고리대 신용대출 소매금융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출 지역도 제한적이다. 각종 보도자료를 통해 활발한 해외진출이 이뤄지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으나, 거의 대부분이 동남아시아에 몰려 있다.

세계 금융시장의 양대 축인 북미 및 유럽은 지점 개설은커녕 사무소 개설 소식도 가뭄에 콩 나듯 들려온다. 이 또한 현지 진출 국내 기업 지원 등이 목적일 뿐 현지화는 언감생심이다. 

모 은행 관계자 역시 시중은행의 해외 영업이 저축은행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틀린 말도 아니다”며 “해외 은행이 현지은행들과 경쟁하는데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인정했다.

이어 그는 “해외 진출이 동남아 시장에 국한돼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그나마 경제가 발전단계인 동남아다 보니 국내 은행들의 영업력 확대라도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업 등 여타 산업에 비해 금융업이 해외 진출 및 영업력 확대에 제약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상당수 국가가 해외 금융사의 현지 진출 관련 사무소 인가 부터 꼼꼼히 체크하고 있으며, 현지인 사이에서 해외 금융사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치는 경우도 많다. 이는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울러 신용도에 따른 이자차이와 이를 겨냥한 고리대 신용대출의 경우 저신용에 따른 고(高)리스크까지 금융사가 함께 부담해야 하는 것이기에 크게 이상할 것도 없고 문제 삼지 않을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시중은행들의 해외 진출을 보고 있자면 아쉬움 마음이 든다.

진출 지역이나 영업 방식 등에 있어 과감한 도전 자체가 드물고, 현지화를 위한 특색 있는 상품 개발 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과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을 들으면서도 개선을 위한 노력 자체가 없어 보이는 것 또한 문제라면 문제라고 본다.

해외 진출한 시중은행들이 국내 금융업을 대표한다는 자각이 있고 누구나 인정하는 세계적 은행들로 성장한 포부가 있다면, 부디 향후로는 보다 글로벌하면서도 통 큰 모습을 해외에서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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