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지원TF, 계열사 사업조율…옛 미전실 유사

운영 투명성 확보 못해 변질 우려 숙제로 남아

 
 

[현대경제신문 차종혁 기자]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이 ‘사업지원TF(테스크포스)’로 명칭만 바뀐 채 부활했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이달 초 신설된 사업지원TF가 정현호 사장을 중심으로 30~40명 규모로 진용을 갖추면서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정현호 사장은 옛 미전실 인사팀장 출신이다. 사업지원TF 소속 임직원 중에는 미전실 출신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전실 때와 달리 대외업무를 맡고 있지 않아 홍보 담당 임직원은 배치되지 않았다.

사업지원TF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등 전자 계열사 간 공동의 현안을 협의하고 조율하는 기능을 맡는다.

대외업무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옛 미전실이 맡았던 계열사 간 사업조율은 유사하다. 규모는 미전실에 비해 크게 축소됐다.

해체 직전 미전실 소속 임직원은 200여명이었다. 향후 사업지원TF의 인원을 보강할 수 있지만 현재는 옛 미전실과 비교하면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사업지원TF가 가동됐지만 운영상의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한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그룹 관계자는 “사업지원TF가 향후 어느 정도 규모로 어떻게 운영될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이 몇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경제개혁연대는 삼성이 미전실을 해체하겠고 밝힐 당시 “미전실 해체는 꼼수에 불과하다”며 “그룹이 존재하는 한 컨트롤타워 기능은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에 컨트롤타워를 투명하게 드러내 사회적 신뢰를 획득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의 미전실 부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경제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한 관계자는 “이전 미전실의 성격이 그룹 컨트롤타워이면서도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조직이 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됐던 점에서 비춰볼 때 (사업지원TF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는 고 이병철 회장 시절 삼성 비서실에서 시작됐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본부(구조본)로 바뀐 후 2008년 비자금 특검이 터지자 구조본은 전략기획실로 개편되면서 컨트롤타워를 유지했다. 전략기획실은 2010년 미래전략실로 명칭을 바꿔 그룹 경영의 핵심부서로 운영되다가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됐다는 비판을 받아 올초 해체됐다.

삼성전자는 신설된 ‘사업지원TF’에 대해 미전실이 부활한 것으로 보는 외부시각에 대해 조심스런 입장이다. 다만 중첩되는 사업 영역에 대한 사전조율을 위해 사업지원TF는 필수로 보고 있다.

올초 미전실 해체 이전에는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전실을 중심으로 그룹경영이 이뤄졌다. 미전실이 해체된 후에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주력 계열사를 중심으로 각사별로 자율적으로 운영됐다.

그룹 내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공백을 메꿔온 권오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후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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