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 금융부 팀장
김영 금융부 팀장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저축은행업계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정부 차원의 최고금리 인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것은 물론 규제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후로는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비대면 채널의 영업경쟁력이 더욱 약화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상황에 대해 “정부가 저축은행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지원책을 펼치기보다 부정적인 면만 확대 해석해 규제를 늘리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서민금융 지원’이란 존립 목적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 대비 높은 대출이자율을 문제 삼거나, 대출총량제를 적용해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까지 저축은행에 전가하려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실제 저축은행은 예금이율이 시중은행에 비해 높고 대출 심사 기준이 낮아 중·소 신용자나 중소기업의 목돈 적립과 필요자금 마련에 큰 도움이 돼 왔다. 그럼에도 정부는 저축은행에 대해 신규 허가를 내주기는커녕,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는 등 진입장벽만 높이고 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은 저축은행을 향한 정부와 세간의 부정적 시각과 다소 과해 보이는 처우가 다른 누구도 아닌 저축은행 스스로 자초했다는 점이다.

저축은행의 출발점은 사(私)금융 업체인 무진회사였다. 1972년 정부는 사금융 양성화 목적으로 무진회사를 상호신용금고로 탈바꿈시켰고, 2000년대 들어 전국의 상호신용금고에게 저축은행이란 이름을 사용토록 허가해 줬다. 과거 제도 밖에 있던 저축은행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온 것으로 5천만원 한도 내 예금자보험법의 보호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저축은행 중 상당수는 대부업과 별반 차이 나지 않은 최고 이자율을 유지 중이며, 채권추심 관련 불법성 시비에도 자주 휘말렸다. 무엇보다 2011년 발생한 ‘저축은행 사태’와 그에 따른 신뢰도 추락은 누구 뭐라 해도 저축은행업계의 잘못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저축은행업계가 현재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과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은 것은 물론 업계 신뢰도 회복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이 신뢰도 회복 관련 한가지 제안하고 싶은 것이 사명에 담긴 경영철학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다.

자산기준 저축은행업계 1위 사업자인 SBI저축은행의 사명은 ‘Strategy Business Innovator’의 약자이다. 경영전략에 있어 혁신을 이끄는 존재가 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겼다고 볼 수 있겠다.

OK저축은행의 경우 OK란 단어가 주는 긍정적인 의미와 함께, ‘오리지널 코리아’, ‘오~코리아’, ‘누구나 Ok 할 때까지 서비스한다’ 등의 뜻을 사명에 담았다.

JT친애저축은행과 JT저축은행을 보유한 J트러스트그룹은 Justice(공정)의 J와 Trust(신뢰)의 T를 사명으로 정하며 “준법과 신뢰를 회사의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웰컴저축은행은 단어 뜻 그대로 ‘반갑게 맞이하다’를 모아저축은행은 ‘(예금을)모은다’는 의미이다. 은행과 증권사가 대주주가 아닌 대부분의 저축은행들 또한 각자의 사명에 경영철학을 반영했다.

금융을 혁신하고 고객을 만족시키며 공정함과 신뢰감을 지켜나가고 하는 좋은 의도를 사명에만 담아선 안될 것이다. 저축은행의 존립 목적이 분명한 만큼 현실에서도 이들 저축은행들이 사명이 지향하는 경영철학을 직접 구현해 나아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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