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새 비정규직 비율 늘어난 삼성·롯데·GS ‘눈치’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과제 보고대회에서 향후 5년간 중점적으로 추진할 국정운영 과제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연합>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과제 보고대회에서 향후 5년간 중점적으로 추진할 국정운영 과제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연합>

롯데·CJ·두산그룹, 동반성장지수 평가서 오뚜기에 밀려

[현대경제신문 차종혁 기자] 정부가 대기업에 일자리창출 및 상생협력을 중견기업 ‘오뚜기’ 수준으로 맞추라며 압박하고 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27~28일 문재인 대통령과 14개 대기업이 일자리 창출 및 상생협력을 주제로 만나는 자리에 중견기업 ‘오뚜기’가 참여하면서 부담스런 자리가 됐다.

대기업들이 참여하는 자리에 ‘일자리 창출·상생협력 우수기업’이라는 이유로 대기업이 아닌 중견기업 ‘오뚜기’가 함께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대기업에 ‘오뚜기’만큼 정규직화 및 상생협력에 나설 것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셈이다.

오뚜기는 비정규직이 전체 직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은 회사다. 오뚜기는 지난 3월말 기준 전체 직원 3천99명 가운데 기간제 근로자가 36명으로 비정규직 비중이 1.2%에 불과하다.

새 정부 들어 삼성, 현대차, SK 등 대기업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계획을 서둘러 발표하고 있지만 오뚜기 수준으로 맞추기에는 무리다.

각 그룹사를 대표하는 주력 기업의 비정규직 비율은 오뚜기와 비슷한 수준인 곳도 있지만 그룹 전체로 보면 비정규직 비율이 40% 내외일 정도로 높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고용노동부의 ‘2017년 고용형태’ 공시를 토대로 분석한 자료를 보면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은 192만 명으로 40%가 넘는다. 10대 대기업의 비정규직 비율은 37.6%에 달한다.

GS(58.9%), 롯데(54.6%), 현대중공업(53.2%)은 전체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이다.

특히 삼성, 롯데, GS 등은 지난 1년 새 비정규직이 오히려 늘었다. 이 중 롯데는 비정규직 비율이 47.4%에서 54.6%로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비정규직 비율이 1년새 10%p 이상 감소한 포스코와 현대중공업은 구조조정 등의 이유를 감안하더라도 여타 그룹에 비해 부담을 덜게 됐다.

동반성장 부분에서도 오뚜기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들은 눈치를 더 봐야 하는 상황이다. 오뚜기는 지난달 발표된 ‘2016년 동반성장지수 기업별 평가’에서 ‘우수’ 기업에 선정됐다.

간담회에 참석하는 대기업 중 삼성, 두산, 롯데, CJ, 한화 등의 일부 주력 계열사는 오뚜기가 받은 ‘우수’에 비해 한 단계 낮은 ‘양호’를 받았다. 특히 롯데, CJ, 두산그룹은 다수 계열사가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양호’를 받아 동반성장·상생협력을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편 이날 만남의 주제가 일자리 창출 및 상생협력인 만큼 참여하는 대기업들은 정부의 요구에 화답할 만한 내용의 방안을 준비해야 부담을 안게 됐다.

간담회를 앞두고 삼성, 현대차, SK, LG, KT 등은 하반기 정규직 채용 및 2·3차 협력사 지원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2개 그룹으로 나뉘어 27~28일 이틀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간담회에 참석하는 기업은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포스코, GS, 한화, 현대중공업, 신세계, KT, 두산, 한진, CJ, 오뚜기 등이다. 정부 측에서는 경제부총리, 산업부장관,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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