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기 산업부 기자
최홍기 산업부 기자

 기업 홍보팀 직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기업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최전선에서 뛰어왔지만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이후 마치 죄인인 마냥 기업 내부에서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고 있다. 일부 홍보팀 관계자는 ‘왕따’를 당하는 느낌이라고 말할 정도다.

유통업계만 봐도 쉽게 관련 사례를 포착할 수 있다.

지난해 말 한 식품업체에서 신제품을 출시했을 때 일이다. 통상 신제품 출시는 홍보팀이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기사화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와 달리 당시 한 매체에서 신제품 출시를 ‘단독’을 달고 보도했다. 취재를 열심히 한 기자가 가져갈 ‘공’이었지만 여기에는 남들은 모를 ‘뒷이야기’가 있다.

당시 단독 보도한 매체를 제외한 여타 언론사의 기자들은 제품 출시 보도자료를 자신들에게만 보내지 않았나하는 이유로 홍보팀에 적잖은 불만을 드러냈다.

재밌는 것은 해당 홍보팀도 신제품 출시 소식을 모르고 있었단 점이다. 단독 기사를 통해 제품 소식을 처음 접했단 얘기다. 신제품 출시를 기획하고 담당한 유관부서에서 이를 공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홍보팀은 신제품 출시를 문의하는 다른 기자들에게 신제품 소식은 결정된 것이 없는 이야기라고 대응에 나섰다. 일반적으로 식품업체의 신제품 출시가 확정되면 홍보팀을 통해 내용이 배포된 후에 공식적으로 일괄 보도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다음날 유관부서에서 해당 신제품 출시 정보를 홍보팀에 전달했고 홍보팀은 그날 하루 내내 출입기자들에게 긴급 연락을 돌리면서 쩔쩔매야 했다.

또 다른 식품업체에서도 같은 일이 발생했다.

신제품 출시와 관련해 기업 내부에서 홍보팀을 배제한 채 특정 기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모르쇠로 일관해 홍보팀이 중간에서 난처하게 된 것이다.

단독 보도를 낸 기자는 마찬가지로 유관부서를 통해 기사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례에 대해 일부 기업 홍보 관계자들은 홍보팀이 사내 유관부서에게 ‘왕따’를 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홍보팀 직원들은 회사생활을 하면서 다른 사내부서 직원들에게 범죄자 취급 등 비아냥을 들어야 했고 본연의 임무마저 무시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는 것이다.

홍보팀의 특성을 잘 알지 못하는 직원들의 시선 탓에 회사 내 ‘왕따’가 된 기분이 든다는 얘기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 홍보의 중요한 임무중 하나가 기업 외부와의 소통창구 역할이다. 흔히들 말하는 오너리스크를 비롯한 기업리스크에 대응하는 ‘대변인’이다. 그만큼 중요한 위치다.

그런 대변인을 무시하는 일이 많아진다면 기업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순전히 언론과의 관계만 악화되는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와의 관계까지 악화되는 결과만 낳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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