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저축성보험의 사업비 후취형 상품 출시를 권고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후취형 상품 출시에 따른 역효과가 우려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후취형 상품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내달 중 온라인 후취형 연금저축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타 보험사는 현재 검토 중일 뿐 출시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 미래에셋생명이 출시한 변액보험 ‘진심의 차이’가 후취형과 비슷한 형태를 띄고 있다.

후취형 상품이란 납입보험료에서 초기 사업비 비중을 낮추고, 이를 투자한 후 투자적립금 대비 각종 수수료를 수취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운용할 수 있는 투자금이 늘어나 더 큰 운용자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변액보험의 경우 납입보험료에서 사업비를 뗀 나머지 금액 전체를 투자 원금으로 운용한 뒤 유지수수료와 해지수수료를 나중에 떼는 후취형이 소비자에게 더 이득이다.

또 초기 충당하는 사업비가 적어져 고객들은 가입 초기 해약하더라도 해지환급금을 90% 이상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보험사들이 초기 사업비 비중이 높은 선취형을 선호하는 이유는 초기에 떼는 사업비 중 설계사 신계약비(계약 체결 비용)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설계사들은 보험계약 유치에도 당장의 수수료 수익이 적어지면 영업환경이 악화될 우려가 있어 후취형의 경우 설계사들의 반발이 거셀 수 밖에 없다.

또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초기 해지환급금이 높아지면서 해약률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보험사와 고객 모두에게 자칫 역효과를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생보사 한 관계자는“가계가 힘들어질수록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보험해약”이라며 “보험은 장기적인 상품으로 만기까지 끌고 가야 고객에게도 득이 되는데 해약을 쉽게 생각하는 인식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환급금이 높아지게 되면 가입자도 늘어나겠지만 해약도 자연스럽게 증가하게 될 것”이라며 “가입과 해지가 잦아지면서 보험사들은 자산운용 계획을 수행하는데도 혼란스러워지고, 해약환급금 증가에 따른 책임준비금도 더 늘려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유에 제도적인 보완 및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온라인 등 비대면채널은 설계사 신계약비가 없는 만큼 상대적으로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사업비 절감에 따른 보험료 인하 및 초기해약환급금 증가에 가입자가 늘어날 수 있어 채널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들이 금전적으로 어쩔 수 없는 경우 해약을 해야하는 만큼 환급금을 높이자는 취지는 공감한다”며 “단 일정기간 내 동일 상품 가입을 불가하도록 하는 등 해지율을 낮출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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